금융감독원의 한빛은행(구 상업.한일은행)에 대한 부실책임 추궁이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빛은행의 문책대상자는 전직 행장급 4명 등 1백13명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지만 내용면에선 검찰고발 한 건 없이 검사를 마무리, 마지못해 시늉만
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한빛은행의 문책범위를 놓고 3개월을 고민했다.

금감원은 징계수위에 따라 파장이 엄청나고 국내 최대은행인 한빛은행의
경영애로도 감안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교적 강도가 높은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는 금융계를 떠난 두 사람
(정지태, 이관우)뿐이다.

신동혁 한미은행장, 박동훈 경남은행장 등 현직행장 2명과 대한생명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찬병씨는 경미한 주의적경고에 그쳤다.

금감원은 한빛은행에 대해 3가지 처벌방안중 가장 가벼운 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부실경영으로 전체 공적자금의 10%에 육박하는 5조7천6백
억원이나 투입된 한빛은행에 과연 형사책임을 물을 사안이 하나도 없는 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융계 인사는 "리베이트 관행을 감안하면 잘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추적을 해야할 만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당대출한 55개 업체에서 5천억원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업무상배임이
나 뇌물수수가 한건도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앞서 정부재정에서 7조원을 쏟아부은 산업은행에 대해 금감원은 50여명
의 부실책임자를 가려내고도 공식발표조차 없이 가벼운 문책으로 마무리했다.

부실책임자가 버젓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동화 동남 대동 충청 등 5개 퇴출은행과 조흥은행에 합병된
충북 강원은행은 행장 등 경영진들이 무더기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구속
됐다.

부실생보사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중이고 퇴출종금, 금고도 수백명의
임직원들이 형사고발되고 재산을 압류당했다.

이들만 억울하게 됐다.

정부는 한빛은행 건을 계기로 금융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을 스스로 훼손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부실책임자에겐 강도높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수도 없이 떠들었다.

그러나 서슬퍼런 엄포도 현실에선 유야무야 되고 있다.

각종 주변환경에 정부가 휘둘리고 있는 탓이다.

한 관계자는 "형평이나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을 부인하긴 어렵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많다"고 토로했다.

한빛은행 조치결과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다른 시중은행들의 향후 문책강도를
가늠케 한다.

조흥 제일 서울 외환 평화은행 등 검사를 마쳤거나 진행중인 은행의 관계자
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빛은행의 징계강도에 비춰볼때 앞으로 검찰고발 등 극단적인 문책은 없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실책임자라도 이정도의 경미한 처벌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덩치가 크면 계속 살아남고 덜 다친다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금융기관
부실책임 추궁에도 적용되는 양상이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대로 전직보다 현직 임직원, 퇴출금융기관보다 남아있는
금융기관, 소형.지방은행보다 대형시중은행이나 국책은행에 대한 문책이 훨씬
약하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금감원은 다만 한빛은행의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에 대한 부실여신은 손실
규모가 확정된후 다시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엔 대기업의 이름만 보고 대출해주던 것이 관행화됐던 점을
금감원이 인정한다면 문책대상이나 강도가 더 커질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