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개시. 의사는 주사기로 세균크기의 잠수정을 환자의 몸속으로 주입
한다. 잠시 후 잠수정은 혈관을 타고 암세포에 이른다. 암세포를 섬멸한
잠수정은 환자의 눈물을 타고 밖으로 나온다. 상황 끝-"

지난 66년 공상과학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포 박사가 쓴 "환상의 항해"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러나 뉴밀레니엄엔 이 얘기가 픽션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로 성큼 다가온다.

의학의 발달은 지금 우리가 공상과학소설로 읽는 상황을 체험하게 만든다.

로봇의사가 대중화되고 아픈 부위만 골라 치료하는 "크루즈 신약"이 개발
된다.

뉴밀레니엄에는 의학과 과학이 경계를 허물고 "메디컬 인더스트리"를 열어
간다.

<> 로봇이 수술한다 =미래의 병원은 정밀기계 공장과 같다.

인체의 디지털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전자 신경칩과 유전자가 일체된 인조인간의 탄생이 낙관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먼저 신경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인조인간(로봇)의 신경을
연결해 구원을 받게 된다.

두번째는 디지털화된 몸이 혈당을 조절해 당뇨병에서 해방된다.

병원에 가면 로봇이 수술을 한다.

의사가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연필크기의 조이스틱을 통해 수술동작을
"지휘"하면 컴퓨터에 연결된 로봇팔이 따라 하게 된다.

대표적인게 위장관로봇.

이 로봇은 광원과 카메라를 내장한 다분절형태다.

자벌레처럼 움직이며 위장관으로 들어가 비정상적인 부위나 막힌 부위를
제거한다.

또 병든 부위에 정확하게 약물을 공급해 위장관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로봇수술은 예언과 소설에도 다수 나와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R 페인먼 교수는 지난 59년 원자를 하나씩 떼어내
마음대로 배열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하다고 예언했다.

21세기에는 이 "예언"이 분명한 "학설"로 자리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수술에 들어가기전 의사는 컴퓨터에게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거나 토의한다.

의사는 수술의 위험성과 다양한 변수에 대해 완벽한 데이터을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의사들의 수술과정은 현재처럼 의학지식과 수술기법을 습득하는
차원을 벗어난다.

로봇의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바뀐다.

원격수술도 보편화된다.

가장 경험많은 의사가 있는 병원이 센터가 돼 컨트롤함으로써 수술이
이뤄진다.

의사와 간호사는 수술이 잘되고 있는지 인증해 주는 역할을 할뿐이다.

<> 미래의 병원은 정밀기계공장 =나노테크놀러지(nano-technology,극소공학)
기술은 병원을 "공장"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샌대아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은 모래알 크기의 마이크로 기계를
만들어냈다.

개개의 원자를 다룰 수 있는 기계도 곧 현실화될거다.

현재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에서 환자에게 피해를 거의 주지 않고 풍선을
확장하거나 스텐트(금속그물망)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멀지않아 지난 93년 선보인 로타블레이터라는 장비가 동맥혈관속
에서 회전하면서 동맥벽의 침착물을 제거하고 혈류를 개선, 관상동맥폐쇄증
을 치료해 줄 것이다.

현재 극소공학은 쌀알만한 크기의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좀더 작은 크기의 극소기계는 치석이나 혈관침착물을 제거하는데 쓰일 수
있다.

나아가 혈액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병원체 공격, 손상된 조직의 복구, 돌연변이가 이뤄진 DNA의 정상화를 이뤄
질병을 치료할 것이다.

<> 즐기기 위해 약을 먹는다 =미래에는 병을 고치려 약을 먹는게 아니라
삶을 즐기고 병에 걸리지 않기위해 약을 먹는다.

예컨데 엔돌핀을 합성해 복용하면 늘 즐거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비아그라보다 훨씬 우수한 성기능개선제도 준비되고 있다.

보다 완벽하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면 감염성 질환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의학자들은 21세기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보다 우리 몸에 있는 물질의
일부를 약으로 이용한 생물학적 제제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전공학을 이용, 대장균이나 세균에 특정유전자를 이식해 해당약물을 대량
생산해 내는 방법이 한 예다.

미래의 약은 사용하기 간편한 것으로 바뀐다.

하루에 3번 먹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약물을 서서히 방출시키는 기술이 완성되면 모든 약은 하루에 한번이나
일주일에 한번 먹는 걸로 끝난다.

주사를 맞거나 먹는게 귀찮으면 패치를 붙이면 된다.

저장고에 담긴 약물은 피부를 통해 혈관에 들어간다.

미사일처럼 목표부위에 약물을 싣고 가서 정확히 떨어뜨리는 미사일요법제도
나온다.

생체에 일어난 미세한 병리적 변화를 미사일이 감지해 추적해 가는 시스템
이다.

의학계는 이같은 약물전달시스템(DDS)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독일 연합연구팀은 최근 마이크로칩이 내장된 알약으로 아픈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지능성 알약의 개발해내 이같은 전망을
밝게 해준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지훈상 박사는 "새 천년에는 극소기계가 의사를 대신하는
등 의학에 새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