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대부분 직접금융시장인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이뤄진다.

지난 97년말 현재 GDP(국민총생산) 대비 은행대출금 비율은 50% 정도다.

반면 GDP 대비 채권발행액 비율은 1백10%에 달한다.

중요한 자금조달창구는 은행이 아니라 증권시장이다.

이런 미국식 자본조달구조는 정치나 관치금융의 손길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투자자들의 냉엄한 선택을 따르는 금융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이다.

상장사들은 투자자들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뮤추얼펀드등 잘 발달된 투자상품들은 수익성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기업들은 당연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활동에 매진한다.

수익성이 높아지고 실적이 증가하면 싯가배당에 따라 높은 배당금이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다음에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다시 주식시장에 재투자
한다.

투자자의 기대이익을 기준으로 자금이 모이고 흩어진다.

미국의 직접금융시장은 시장자율에 따른 선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가동되는
것이다.

선순환적인 자금조달시스템은 기업의 경영투명성까지 높이게 된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상호보완성도 뛰어나다.

주가등락에 따라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거나 빠진다.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이다.

MBS ABS 등 파생된 채권형 유가증권의 발행과 활발한 매매거래는 채권시장
의 유동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에선 증권시장과 더불어 벤처캐피털 시장이 자금조달시장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벤처캐피털을 구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은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창업되는 벤처기업의 중요한 자금줄이다.

장외시장인 나스닥시장은 첨단 벤처기업들의 요람이다.

미국 직접금융시장의 효율성은 외국기업들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뉴욕주식시장에서 DR CB 등을 발행해 달러를 유용하게 조달하고 있다.

각국의 유망기업들이 나스닥시장 상장을 "염원"하는 것은 미국 직접금융시장
의 수혜를 기대하는 탓이다.

미국 직접금융시장의 특징이자 장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은 설립 직후 유아기에서부터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직접금융시장
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다.

유아기에는 벤처캐피털로,소년기로 성장하면 나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장년에 이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린다"(강창희 현대투신운용 사장)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