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재신 < 단국대 교수 / 경제무역학부 >

오는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통상각료회담으로부터
21세기 무역의 틀을 짜는 뉴라운드가 개시된다.

농업과 서비스무역은 협상의제로서 이미 설정돼 있다.

아울러 새로운 의제들, 즉 투자 경쟁 노동 및 환경협상에 대한 모멘텀이
마련될 수도 있다.

WTO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통상각료회담에서 나올 각료 선언문은 뉴라운드의
큰 흐름을 정한다.

따라서 각국은 몇 쪽에 불과한 각료 선언문의 내용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촉각을 곤두세운다.

며칠전 뉴라운드 개시를 알리는 통상각료선언문의 WTO 초안이 회람되면서
벌집을 쑤신 듯 동요하고 있다.

초안은 새로운 의제들 중 투자와 경쟁을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환경과 노동문제는 빠져 있다.

내년의 선거를 앞둔 미국은 통상각료회담의 최종 선언문에 특히 노동기준과
무역조치간의 연계를 반영키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며칠 사이에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여러
집회에서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미국은 개도국들이 목청을 높일 사안에 대한 카운터 펀치로서 노동기준과
무역조치 간의 연계문제를 협상중 적절한 시점에 구사하려 들 것으로 예상
된다.

한국은 반덤핑과 농업 관련 초안내용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WTO의 현행 반덤핑판정은 반덤핑세부과조사 및 판정시 고려할 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피해판정 등 여러 측면에서 아직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

특히 일부 선진국들의 빈번한 반덤핑관세부과는 한국 공산품 수출에 큰
영향을 준다.

미국의 경우 WTO출범 이후에도 매년 평균 30여건의 반덤핑 판정을 행했다.

최근에는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에 미국 반덤핑판정의 반이상이 집중
되고 있다.

덤핑으로 인한 산업피해 존재여부를 판단하는 미국무역위원회는 한국으로
부터의 수입에 대해 약 80%라는 매우 높은 피해긍정판정을 보여 왔다.

지난 97년에는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상품에 대한 조사시동위원회에서 표결된
20여표 중 피해부정판정은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은 반덤핑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현행 반덤핑협정내용을 개선하자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WTO초안에는 반덤핑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따라서 통상각료회담까지 남은 기간동안 한국은 반덤핑에 대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일본이나 브라질 등과 연대해 반덤핑협정 개선작업이
뉴라운드에서 행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덤핑관세부과조사 및 판정시 조건을 강화해 한국의 공산품수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반덤핑의 문제가 주로 업계나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을 끄는 사안인 반면
농산물무역자유화 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 이래 전국적인 관심사가 돼 왔다.

시장접근에 있어서 "관세의 대폭 감축"이 있어야 한다고 WTO초안은 표현하고
있다.

이는 농업의 다기능성을 강조해 온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식량수입국들의
입장과 배치된다.

농산물수입 증가시 농가를 일시 보호해 주는 특별 세이프가드의 기능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초안은 표현한다.

제거나 축소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입장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인다.

농업수출보조금은 한국과 직접적으로 무관하다.

다만 농업협상시 우군일 수 있는 유럽연합(EU)의 수출보조금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방향이 됐건 적극적으로 주장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일단 관망하는 것이 향후 협상에 있어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농업국내 보조에 대해 초안은 "큰 폭의 감축"이 있어야 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에는 농업보호국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가능한 최대 보조액과 대비해 얼마나 실제 집행하느냐 하는 농업국내 보조금
집행률에 있어 한국은 가장 그 비율이 높은 나라들 중 하나다.

따라서 농업국내 보조의 "큰 폭의 감축"은 다른 어떤 내용보다도 한국의
농업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뉴라운드는 우리나라의 전반적 정책방향이 보다 잘 구현되는 무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뉴라운드의 초석이 되는 WTO 통상각료회담까지 40여일 남은 기간
동안 다른 나라들과 사안별 연대에 의한 적극 대처가 있어야 한다.

특히 공산품 관세인하와 반덤핑규정개선, 그리고 농업의 제반 측면에서
한국의 입장을 보다 잘 반영하는 통상협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 mahsong@mail.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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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박사
<>WTO 무역정책분석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