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에 종종 족쇄를 채우곤하는 특혜시비의 근저에는 정서적 요인도
자리잡고 있다.

"부의 편중"에 대한 저항감이다.

문제는 이런 정서적 요인은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빈부격차는 오히려 점점 확대될 것이라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업인들 스스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 방안으로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포트래치(potlatch)"라는 개념이
주목받아 왔다.

포트래치는 미국 북서부 인디언들의 축제였다.

부족원중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자가 다른 부족원들에게 축적물을 분배
함으로써 대인(bigman)임을 과시하는 의식이다.

이는 잉여생산물을 해소할 뿐 아니라 부족의 통합을 이루는 기제 역할도
했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에서는 기업인들이 축적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
전통으로 자리잡아 왔다.

일례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1919년 사망할 때 재산의 95% 이상을
사회에 기부했다.

존 D 록펠러도 흑인여성교육을 위해 애틀랜타주 스펠먼대학과 시카고
주립대학의 재정을 전적으로 지원했다.

이 두사람은 특히 빅토리아시대의 감정적이고 우연적인 차원의 "자선"
스타일을 계획적이고 엄격한 근대적 "사회공헌" 사업으로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기부한 재산을 소비적인 분야가 아니라 교육시설 같은 생산적인데
투자했다는 점이다.

카네기의 재산이 미 전역에 도서관을 설립하는데 쓰인게 좋은 예다.

최근의 사례로는 빌 게이츠 부부가 자신들의 이름을 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에 17억달러를 기부했다.

이 안에는 소수민족 학생들의 대학교육을 위한 장학금 10억달러도 포함돼
있다.

CNN 창설자인 테드 터너도 지난해 10억달러를 유엔에 기부하겠다고 약속,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보다 앞서 휴렛 팩커드사의 데이비드 패커드 회장은 지난 96년 타계하면서
43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사회사업에 쓰도록 기부하기도 했다.

패커드 회장은 이익을 한푼도 못냈던 창업 첫 해에도 기부금으로 5달러를
낸 기록이 남아 있다.

미국 기업인들의 이같은 사회공헌은 그들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미국민들
사이에 기업인과 부의 축적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그런 긍정적 인식은 미국 사회가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물론 한국에도 기업인들의 사회공헌 사례가 드물지만은 않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 유일한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부의 사회환원이 전통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대기업산하 공익재단에 대한 세무관리를 강화키로
한 것은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
의 지적이다.

공익재단을 편법적인 경영권세습의 수단으로 삼는 일은 억제돼야 하겠지만
그것이 자칫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기업인들의 사회공헌 의욕을 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