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비틀어 만든 74분짜리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춘향전을 소재로 한 첫 장편애니메이션이며 86년 "Muppet Babies"로 에미상
을 수상한 앤디 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손으로 그린 셀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색상작업을 하는
2D디지털기법을 활용했다.

그래서 캐릭터의 배경이나 그림자 표현이 원활하고 입과 대사가 따로 노는
문제점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도령과 춘향이 단옷날 광한루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춘향이 변학도의
수청요구를 이겨내 이도령과 사랑을 이룬다는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했다

달라진 부문은 향단 방자 월매 등 주변인물과 소도구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

향단은 말괄량이 삐삐처럼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천방지축 소녀로, 방자는
촐싹대는 캐릭터로 그려 춘향전의 희극적 요소를 강조했다.

변학도와 이방은 핸드폰으로 교신하고 기생들은 배꼽티 한복차림으로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시공을 넘나든다.

변학도의 학정을 통해 공무원 사회의 부패를 풍자하기도 한다.

"나는 깃털이지 몸통이 아니다"는 대사를 넣어 정치권도 도마위에 올린다.

하지만 고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서의 신선함이 부족한 게 흠.

이도령과 춘향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데다 색상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강아지 왕방울의 캐릭터는 "톰과 제리"를 연상시키고 꽃잎이 떼지어
이도령과 춘향의 몸을 감싸는 장면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냄새가 짙게
풍겨 아쉬움을 남겼다.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