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어텔 사장 < 미국 밴티지 파트너즈 >

어떤 하청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를 내려주지 않으면 거래처를
다른 곳으로 변경하겠다는 위협을 받았을 경우 어떻게 할까.

아마 많은 경우는 거래처를 잃지 않기위해 요구를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게 아니다.

단가인하 덕분에 단기적으로 고객을 놓치지는 않겠지만 대기업은 다음에도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가격할인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되면 이미 전례가 있는 마당에 쉽게 거부할 수도 없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갈취"를 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양측의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관계유지를 볼모로 추가적인 "갈취"를 시도할 것이고 수지악화를
우려한 하청업체는 품질저하로 "대응"할 것이다.

결국 잘못된 협상관행이 양쪽 당사자에게 모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기업간 협상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

협상은 물론 유리하게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거래 당사자들간의 견실한 관계의 구축이다.

이를 통해 신뢰를 쌓고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면 더욱 의욕적으로 공동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협상에 대한 잘못된 태도때문에 낭패를 겪는 사례는 더 있다.

예를 들어 구매계약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만을 내세우다가
공급업체와의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일부 고객들의 이례적인 요구사항을 받아들임으로써 상품전략, 나아가
시장전략의 전반적 기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협상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 기업 내부역량으로서
협상력을 배가시켜야한다.

실제로 기업이 수행하는 많은 협상들은 해당기업의 전략과 그 최종적인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간 협력과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경험적으로 전사적 차원에서 협상기반을 구축해 놓은 기업들은 협상역량을
성공적으로 키울 수있다.

멕시코 최대은행중 하나인 "그루포 피난씨에로 세르핑"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협상교육프로그램을 실시, 부실채권을 회수했던 것처럼 말이다.

세르핑은 채무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자사의 관계 등을 감안, 선별적으로
대응토록 교육함으로써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여신을 회수할 수 있었다.

협상결과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지표도 중요하다.

협상력이 높은 기업은 비용및 가격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을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협상에서 지나치게 가격적 측면을 중시할 경우 협력적 관계가 약화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과의 의사소통 분위기,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토론, 객관적
기준의 활용, 상대방과의 공동이익 증진여부 등을 협상의 평가지표로 활용해
야 한다.

또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협상은 과감하게 중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협상당사자들은 일반적으로 협상에 투입된 시간적 물질적 조직적 비용
때문에 협상결렬 자체를 대단한 실패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되지도 않을 협상을 지속할 경우 협상은 진퇴양난에 빠지기 십상이고
반복되는 양보교섭으로 회사에 득이 되지않을 공산이 크다.

< 정리=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