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맥긴(52)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회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면서도 세계적인 통신업체의 최고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맥긴 회장은 대학(그린넬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평소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을 무척 존경했던 그는 대학시절
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다.

실제 학창시절 맥긴 회장은 조그만 식료품 소매업으로 상당한 돈을 버는
사업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맥긴 회장은 대학졸업후 곧바로 벨사에 들어가면서 통신업계에 몸담게 됐다.

그러나 기술전공이 아니면서도 새로운 이론 습득에 밝았던 그는 AT&T로
옮기면서 엔지니어로 스카우트됐다.

20여년동안 주로 해외사업과 통신기술 부문에서 일하다 지난 98년1월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올랐다.

맥긴 회장은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CEO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라는
평소 소신에 따라 요즘도 틈이 나면 벨연구소를 찾는다.

맥긴 회장은 "스피드 경영"의 신봉자다.

최근 미국의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그는 "경영에서 스피드는 죽느냐 사느냐
를 가름하는 기준"이라는 경영철학을 밝혔다.

이같은 그의 생각은 실제 사업과정에 그대로 투영된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품의 개발에서부터 시장 출시에 이르는 시간을
기존보다 절반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맥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통신업계의 변화에 재빨리 대응했다.

인터넷 발달과 함께 통신시장이 데이터 네트워크 분야와의 통합이 가속화됨
에 따라 루슨트를 통신장비업체에서 통신 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데 주력했다.

맥긴 회장은 이를위해 과감한 인수 전략을 택했다.

그는 취임이후 최근까지 13개 네트워크기업을 잇따라 인수 합병했다.

네트워크 업계에서 인수 합병은 기술개발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
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맥긴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루슨트는 AT&T와 분리이후에도 세계 통신
업계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맥긴 회장은 이같은 업적으로 올초 세계적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에서
"세계 톱경영인 25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타임지에서는 지난해 10월 사이버월드 주요인물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