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기업 개혁 올바른 좌표 .. 송병락 <서울대 부총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보면 우리 기업의 미래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대기업 정책흐름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기업
개혁 취지가 흐려진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여론몰이형 정책이 추가돼 기업의 장래를 걱정스럽게 한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그룹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세계 경제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경제는 규모를 문제삼기에 아직 상대적으로 작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규모(GNP)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한 회사 주식 싯가총액의 4분의3
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싯가총액은 4천72억달러이고 한국 상장사의 싯가총액
은 2천6백억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기준으로 따져 보면 대기업도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과 일본에 각각 1백85개, 1백개의 대기업이 있는데 반해 한국에는 9개사
가 있다.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30대 기업집단 중 21개는 세계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도
아닌 셈이다.
세계화 시대에 이들 기업을 규제대상에서 풀어줘야 한다.
대기업을 단지 크다는 이유로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는 건 잘못이다.
흔히 말하는 재벌이란 용어는 개념조차 뚜렷하지 않다.
재벌이라는 말은 여론몰이형 용어에 불과하다.
재벌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으니 지도자들은 마음내키는대로 재벌을
때리기도 하고 어루만질 수 있게 된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은 일본 재벌을 해체했다.
당시 재벌 해체를 주도했던 코윈 에드윈은 재벌 해체가 일본의 군사력을
심리적 제도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실토한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도 우리의 재벌과 비슷한 기업그룹이 얼마든지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소니사가 그렇다.
레스터 서로 MIT 교수는 독일에는 은행중심의 기업그룹이 있다고 말했다.
에프엠 셔러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GE와 얼라이드시그널사가 한국의 기업
그룹과 비슷하다고 했다.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도 기업그룹이 많다.
이들 기업그룹의 형태를 개혁 대상으로 삼는 나라는 없다.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을 문제삼는 정책도 잘못된 것이다.
일본 미쓰이물산은 8백9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토추상사의 자회사는 6백83개사나 된다.
일본의 9개 종합상사의 자회사를 합치면 6천여개에 이른다.
업종도 씨앗에서 인공위성 관련사업까지 다양하다.
문어발식에서 한발 나아가 지네발식이라는 표현이 옳을 정도다.
여러 사업을 해야 해외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업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정보를 취합하거나 마케팅을 할 때 기업그룹은 많은 장점을
지닌다.
단독 기업보다 기업그룹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도체 산업과 같은 투자를 할 때도 유리하다.
인재 유치나 양성에 유리함은 물론이다.
전문화를 지나치게 고집하거나 중소기업만 있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잘 사는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역시 대기업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 개혁의 답을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경제는 중복과잉투자를 전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박세리 김미현 같은 군계일학의 선수가 나오려면 두터운 여성 골프층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세계 수준의 기업이 한두개 나오게 된다.
서울 시내에 음식점이 많다고 이를 통폐합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소수업종으로 전문화해야 한다는 논리도 재고해야 한다.
종합병원을 3~4개의 과단위로 규모를 줄인다고 세계 제일의 병원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의 대학을 몇개 학과로 전문화한다고 하버드나 MIT 같은 대학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해선 한국 기업의
특수성 및 경영환경을 인정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우리나라와 경제환경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미국식 잣대로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기업은 증권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싸게 끌어쓸 수 있다.
금융시장도 발달해 있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도 얼마든지 있다.
정치와 언론도 투명하다.
한국도 미국처럼 모든 것을 갖춘 뒤 기업에 요구할 것을 요구하는게 옳다.
기업 환경을 먼저 국제 수준에 맞게 가다듬어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이 글은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
최근 대기업 정책흐름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기업
개혁 취지가 흐려진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여론몰이형 정책이 추가돼 기업의 장래를 걱정스럽게 한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그룹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세계 경제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경제는 규모를 문제삼기에 아직 상대적으로 작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규모(GNP)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한 회사 주식 싯가총액의 4분의3
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싯가총액은 4천72억달러이고 한국 상장사의 싯가총액
은 2천6백억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기준으로 따져 보면 대기업도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과 일본에 각각 1백85개, 1백개의 대기업이 있는데 반해 한국에는 9개사
가 있다.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30대 기업집단 중 21개는 세계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도
아닌 셈이다.
세계화 시대에 이들 기업을 규제대상에서 풀어줘야 한다.
대기업을 단지 크다는 이유로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는 건 잘못이다.
흔히 말하는 재벌이란 용어는 개념조차 뚜렷하지 않다.
재벌이라는 말은 여론몰이형 용어에 불과하다.
재벌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으니 지도자들은 마음내키는대로 재벌을
때리기도 하고 어루만질 수 있게 된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은 일본 재벌을 해체했다.
당시 재벌 해체를 주도했던 코윈 에드윈은 재벌 해체가 일본의 군사력을
심리적 제도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실토한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도 우리의 재벌과 비슷한 기업그룹이 얼마든지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소니사가 그렇다.
레스터 서로 MIT 교수는 독일에는 은행중심의 기업그룹이 있다고 말했다.
에프엠 셔러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GE와 얼라이드시그널사가 한국의 기업
그룹과 비슷하다고 했다.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도 기업그룹이 많다.
이들 기업그룹의 형태를 개혁 대상으로 삼는 나라는 없다.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을 문제삼는 정책도 잘못된 것이다.
일본 미쓰이물산은 8백9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토추상사의 자회사는 6백83개사나 된다.
일본의 9개 종합상사의 자회사를 합치면 6천여개에 이른다.
업종도 씨앗에서 인공위성 관련사업까지 다양하다.
문어발식에서 한발 나아가 지네발식이라는 표현이 옳을 정도다.
여러 사업을 해야 해외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업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정보를 취합하거나 마케팅을 할 때 기업그룹은 많은 장점을
지닌다.
단독 기업보다 기업그룹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도체 산업과 같은 투자를 할 때도 유리하다.
인재 유치나 양성에 유리함은 물론이다.
전문화를 지나치게 고집하거나 중소기업만 있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잘 사는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역시 대기업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 개혁의 답을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경제는 중복과잉투자를 전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박세리 김미현 같은 군계일학의 선수가 나오려면 두터운 여성 골프층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세계 수준의 기업이 한두개 나오게 된다.
서울 시내에 음식점이 많다고 이를 통폐합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소수업종으로 전문화해야 한다는 논리도 재고해야 한다.
종합병원을 3~4개의 과단위로 규모를 줄인다고 세계 제일의 병원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의 대학을 몇개 학과로 전문화한다고 하버드나 MIT 같은 대학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해선 한국 기업의
특수성 및 경영환경을 인정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우리나라와 경제환경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미국식 잣대로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기업은 증권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싸게 끌어쓸 수 있다.
금융시장도 발달해 있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도 얼마든지 있다.
정치와 언론도 투명하다.
한국도 미국처럼 모든 것을 갖춘 뒤 기업에 요구할 것을 요구하는게 옳다.
기업 환경을 먼저 국제 수준에 맞게 가다듬어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이 글은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