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자본유치로 21세기를 대비한다"

금융 대격변기를 맞는 은행들의 경영전략이다.

대우사태로 불거진 현재 금융불안은 언제 제2의 금융구조조정을 불러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외국유수 금융기관과의 자본제휴는 이런 면에서 한국 은행들엔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보증수표가 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자본을 유치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속셈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선진 기법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글로벌화"하고 있는 세계 추세를 따라잡을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겸비
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두 주자는 외환은행.

이 은행은 지난해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제휴를 맺고 지금까지 7천5백40억원
의 자본(지분율 30.4%)을 유치했다.

부행장도 새로 선임했다.

여신관리기법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선진금융기법을 국내에 소개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국민은행도 미국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를 받았다.

자본 유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방식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골드막삭스로부터 자산관리, 투자자관리(IR), 파생상품
개발및 판매 전문가 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주택은행도 지난 7월 네덜란드의 ING베어링을 끌어들였다.

지분 10%를 2억7천만달러에 팔았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앞으로 생명보험업무에서도 합작할 계획이다.

제일은행은 아예 미국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에 인수됐다.

연말까지 정식계약을 맺게 되면 외국은행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벌써부터 한국계 금융기관의 취약점인 소매금융을 강화해 영업기반을 확대
하겠다는 경영방침을 밝힌 상태다.

기존에 외국계 자본과 합작한 은행들도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미은행은 대주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지분이 매각될 전망이어서
새로운 외국파트너를 찾고 있다.

신한은행에도 재일동포의 자본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외국자본과의 제휴는 국내 금융관행을 크게 바꾸고 있다.

일단 값싼 자본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빌릴 경우 금리수준은 8%대.

해외에서 빌린다고 하더라도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1~2%포인트를 얹어
줘야만 한다.

연 6~7%가 되는 셈이다.

자본제휴를 성공시킨 외환은행이나 국민은행 등은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외자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확대했다.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우량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금리 파괴"는 이처럼 자본제휴를 맺은 은행들이 불을 붙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아니다.

이들 은행은 외국금융기관에서 선진 여신심사관리 기법을 받아들여 활용
하고 있다.

담보능력보다는 미래 현금 흐름과 대외 신인도 등을 중시하는 여신관행이
서서히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가계 대출도 마찬가지다.

외국과 자본 제휴한 은행들은 기업금융 뿐만 아니라 주택금융 등 소매분야
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미 하나 신한은행 등 비슷한 고객층을 상대로 하는 은행들끼리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래서다.

외국자본과 본격적인 제휴가 없는 한빛 조흥 하나은행 등은 한창 몸이
달았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뒤질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빛과 조흥은행 등 대형 합병은행은 합병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초우량
은행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외국계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지속적으로 합작파트너를 찾고 있다.

물론 현재 국제금융공사(IFC)가 2대주주이긴 하다.

하지만 단순한 자본참여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격적인 전략적 제휴를 원하고 있다.

이 은행은 시티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다가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대구 경남 부산 광주 전북 제주은행 등 6개 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업무에 나선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지방은행은 특화 시장을 겨냥해 지역밀착형 영업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다국적화된 외국계 및 국내 선도은행이 지방으로 영업망을 넓혀갈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