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의 화두는 ''인텔리화.디지털화.글로벌화''다.

각종 정보가 빛의 속도로 국경을 넘나드는게 새 천년이다.

새 밀레니엄시대에선 경제신문의 주용성이 더욱 커질게 분명하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경제 정보를 빠른 시간에 소화하려면 정보가 일목요연
하게 가공.정리된 경제신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각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경제신문들은 이미 이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세계 4대 경제지로 꼽히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파이낸션타임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대표적이다.

이들 세계 4대 경제신문은 매일매일 지구촌 독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세계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전하는 대표적 맞춤경제신문이다.

세계 4대 경제지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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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FT, no comment"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읽지 않고는 말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는 단순히 한 신문사의 광고문구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외환시장인 런던의 시티금융가에서는 현실이다.

"FT는 신문이 아니라 영국의 제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독일언론단체인 IMH가 세계50개국 여론주도층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FT가 세계 최고신문으로 꼽힌 것도 이런 성가를 반영한 것이다.

FT의 발행부수는 사실 40만부에 불과하다.

경쟁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비하면 4분의1 내지
7분의1 수준이다.

그런데도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 이유는 바로 독자층에 있다.

FT독자는 부유한 사람들이다.

독자들의 연평균 수입이 5만5천파운드(약 1억1천만원)다.

독자의 5분의1이 기업체 오너다.

기업체 임원도 독자의 5분의1이다.

정부관료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독자의 28%에 이른다.

그래서 영국의 전통적 권위지 더 타임스가 "영국을 다스리는 사람들의 신문"
이라면 FT는 "영국을 소유한 사람들의 신문"으로 불린다.

FT가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비결을 리처드 램버트 국장은 3대
전략요인과 3대 편집기술요인으로 나눠 설명한다.

전략요인으로는 글로벌화 조류활용, 경제문제특화, 편집권독립을 꼽는다.

첫째는 90년대초에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는 현상을 목격한뒤 신문편집방향
을 글로벌편집으로 잡은 것이다.

3백50명의 편집국직원중 1백8명이 특파원이다.

전세계 신문가운데 특파원이 가장 많다.

FT의 구독부수 40만부중 17만6천부가 영국(아일랜드 포함)내 부수이고
22만4천부가 유럽(12만4천부)과 미국(7만9천부) 아시아등 영국밖의 구독
부수다.

두번째는 경제문제에 대한 특화다.

FT는 경제외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정치 사회적 빅이슈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때만 보도하기로 했다.

세번째는 편집국의 주장보다는 주주회사인 피어슨그룹의 판단으로 편집권
독립이 완전보장됐다는 점이다.

FT기사가 이해관계가 민감한 경제및 경영문제를 다루는 만큼 경영층은
경영전략외에 지면내용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램버트 국장은 편집기술적으로는 편집능력, 정보의 부가가치, 글로벌화된
기사를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FT의 편집은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필요한 기사는 크게 키우고 덜 중요한 기사는 무조건 단신처리한다.

두번째는 정보의 부가가치다.

FT는 뉴스보다도 해석에 치중한다.

독자들이 알고 있는 사안이라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줘서 편견을 들추어
낸다.

FT기자에게 기사를 제공한 취재원도 그 기사를 보고 다시 배운다고 한다.

FT는 1판에 나간 기사를 좀처럼 고치지 않는다.

기사를 고치려면 기자가 편집국장에게 시말서를 쓰고 고쳐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로비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정확성과 객관성 균형감각 평판은 FT기자들의 4대 행동준칙이다.

세번째로 기사 우선순위에서 영국 국내뉴스보다 국제뉴스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

이는 글로벌화 조류를 활용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런 편집전략과 편집기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FT정문에는 "invest on people"이란 명패가 달려 있다.

수습기자를 뽑으면 6개월 언론대학, 6개월 부서가배치, 3개월 특파원지역
파견연수, 기타 기능교육등을 시킨다.

한 사람을 기자로 쓰기 위해 2년을 기다린다.

다른 신문사 기자나 전문가들도 유능하다는 소문만 나오면 바로 스카우트해
온다.

사내교육은 엄청나다.

거의 매주 전문분야별 워크숍이 점심시간에 열린다.

샌드위치 한개로 배를 채우고 업계의 전문가나 사내의 간부들을 초빙,
분야별로 새로운 동향이나 이론을 습득한다.

보상체계도 뛰어나다.

급여는 웬만한 대기업보다 높다.

40대 중반이면 대개 5만파운드(약 1억원)를 받는다.

1년에 두번씩 평가를 거쳐 목표대비 성과가 우수한 기자는 보너스를 받는다.

보너스를 받은 기자들은 금액에 관계없이 자기성과에 대한 객관적 증빙으로
여기고 영광스러워 한다.

< 런던=안상욱 기자 sangwook@elim.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