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북경)시내 외교단지인 산리툰(삼리둔)의 지우바(주파)거리.

서구식 레스토랑이 많아 외국인과 젊은 중국인들이 몰리는 곳이다.

"서울의 이태원"이다.

이 곳에서는 손가방을 든 아주머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에게 "환런민삐(환인민폐)"라고 넌지시 말하면 서너명이 달려든다.

달러를 위안화로 바꿔주는 암달러상이다.

왕씨 아주머니는 그들 중 한 명.

달러거래 4년 경력의 그녀는 이 시장을 손금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다.

그가 손님에게 제시하는 환율은 달러당 8.80위안.

공식환율(달러당 약 8.27위안)보다 0.5위안이상 높다.

그녀는 사들인 달러를 8.87위안 정도에 다시 판단다.

달러당 최고 0.07위안의 환차익을 챙기는 셈.

그는 "하루 약 1만달러를 사들인다"고 했다.

"암달러 시세가 많이 안정됐습니다. 올 초 위안화 평가절하설이 무성할 때는
환율이 10위안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재미가 좋았죠"

요즘은 벌이가 신통치 않다는 푸념이다.

암달러상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누군가 공정가격보다 높은 값에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왕씨 아주머니는 "누구에게 달러를 되파느냐"는 질문에 "기업과 개인 모두가
대상"이라고 답한다.

일부 돈 많은 사람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예상,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를
모으고 있단다.

베이징 금융전문가들은 3백억~5백억달러가 개인 장농에서 잠자고 있다고
추산한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보낸 학부모들도 주요 고객이란다.

그는 "기업에 팔린 달러는 주로 홍콩 등으로 보내져 밀수 등 비정상적인
무역에 쓰이게 된다"고 말했다.

높은 관세를 무느니 차라리 조금 비싸더라도 암달러를 사 물건을 음성적으로
들여오는게 유리해서다.

일부 기업에게만 수출입권이 허용된데 따른 부작용이기도 하다.

왕씨 아주머니는 "경찰 단속은 없느냐"는 질문에 "요즘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베이징의 경우 야윈춘(아운촌) 우다오코(오도구)등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암시장이 형성됐고 남쪽 개방도시에는 더 심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전화로 부르면 위안화를 갖고 달려오는 "텔레 암달러상"도 있단다.

산리툰 지우바는 중국에 존재하는 엄연한 금융거래 현장이다.

위안화가 실질적인 고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무역관행이 왜곡돼 있는한
지우바의 암달러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암시장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중국
금융의 현실이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