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들은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했을까.

한국경제신문사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총 20개 지표를 활용, 위기극복을
잘해온 국가의 특징을 살펴봤다.

결론은 단기적으로 외화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시스템 리스크 극복, 그중에도 소프트웨어 개혁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과감한 기업우대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화보유고대비 단기외채비율을 줄여라 =위기를 잘 극복한 국가들은
우선적으로 위기재발 방지를 위한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다양한 조기경보지표중 외환보유고 대비 외채비율을 축소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실제로 구제금융을 받은 멕시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는 이 비율이
100%가 넘었다.

최근들어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약 20년동안의 안정화 조치에도
불구, 위기재연 조짐을 보이는 것은 외화확보가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규모 무역흑자와 단기외채 축소에 노력한 결과 지금까지 이 문제
해결을 잘해 오고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외채협상을 통해 단기외채가 줄어든 것은 새로운 도덕적
해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 자산디플레와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라 =자산디플레 방지와 고비용 구조
개선에 노력한 것도 위기극복에 주효했다.

특히 시스템 리스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자산디플레에 적극 대응한
것이 위기극복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중 인도네시아는 이 문제를 소홀히 한 결과 경기가
깊은 나락에 빠졌다.

반면 한국과 태국은 적절한 경기부양 대책이 뒷받침되면서 경기가 회복국면
에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고비용 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회복세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고비용 구조는 북구처럼 시스템 효율성을 전제로 개선돼야 한다.

한국처럼 임금삭감, 실업을 통해 개선되면 경기회복과 함께 고비용 구조가
재현된다는 점이다.

<> 과감한 기업우대정책이 필요하다 =단기문제가 해결되면 위기극복 국가들
은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인을 찾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우대정책을 통해 기업인들의 생산의욕을 고취시켰다.

핀란드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지금은 세계 3위의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었던 것은 각종 기업우대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25%에서 23%로 낮추고 각종 사회보장부담금을 경감시켜 줌으로써
경영의욕을 북돋았다.

반면 한국은 기업정책이라고 해봤자 몰아치기로 일관해 왔다.

최근에는 성장잠재력 저하라는 새로운 위기의 싹이 돋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기업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함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 변화와 게임의 법칙을 빨리 읽어야 한다 =위기극복 국가들은 구조조정
초기에 정책당국일수록 변화에 둔하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읽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그 이면에는 관료들의 위기의식 결여, 기득권 고수가 작용했다.

다른 경제주체들은 변하고 있는데 정작 주관한 기관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정부 혹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고 구조조정이 후퇴
됐다.

그래서 위기극복 국가들은 구조조정 초기에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했다.

이를 전제로 모든 경제주체가 구조조정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게임법칙을 파악함으로써 안정을 찾았다.

<> 임기응변식 정책대응은 위기를 심화시킨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임시방편적으로 대응할 경우 새로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져 위기극복을 지연시켰다.

스웨덴의 경우 은행위기때 부실대출이 많은 소수은행에 국한해 지급보증과
같은 임시방편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은행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우려에 빠지자 "금융시스템 강화시책법"
과 같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 극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최근의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책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대외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위기 국가들은 소규모 개방
경제와 대외무역 의존형 경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내부적으로 위기극복을 아무리 잘해 나간다 하더라도 대외환경이 악화될
경우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대부분 위기극복 국가들은 보완조치로 대외환경에 대해 다양한 완충장치를
마련해 나갔다.

특히 정책당국자가 시장 순응적인 정책자세를 견지하고 유연한 경제시스템
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과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외환경 변화와
국내흡수 능력을 감안해 추진했다.

무소불위로 비유되는 우리 정부의 위상과는 대조가 되는 것이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