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전농동 아파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장광남(36) 과장은 주위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나 따기도 어렵다는 기술사자격증을 최근 3년동안 내리 세개나 취득했기
때문이다.

96년 건축시공기술사를 시작으로 97년 건설안전기술사, 98년 건축품질기술사
시험에 잇따라 합격했다.

그러나 그는 천재라는 평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손을 내젓는다.

"단지 노력을 천재급으로 할뿐"이라는 설명이다.

"천재는 1백%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장 과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독종"이다.

시험을 준비할때면 집에서보다 공사현장의 합숙소에서 아침을 맞을때가 더
많다.

한달에 한번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자신의 표현대로 "홍역 앓듯이" 공부에
몰두한다.

1주일을 뜬눈으로 새기도 한다.

공부하던 긴 탁자위에 이불도 없이 그대로 드러누워 잠깐씩 눈을 붙이는게
전부다.

졸음을 견디기 힘들때는 단전호흡으로 정신을 가다듬기도 한다.

정 과장이 자격증 획득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은 심리도 작용했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인맥 학연등을 보완하자는 생각도 한몫했다.

그는 전남 광주의 한 공고에 진학하면서 처음 버스를 타봤을 정도로 가난한
시골(전남 무안)에서 자랐다.

멋모르고 공고에 들어갔지만 공부가 좋아 취업 대신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
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어렵게 얻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4학년때 건축기사 1급,
안전기사 1급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자격증취득에 재미가 붙어 오늘에 이르렀다.

기술사는 엔지니어들의 "꿈"이다.

불법이지만 자격증을 대여만해도 한달에 30만~50만원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짤리면 뭐하지"라며 노심초사하는 보통의 직장인과 달리 장 과장은 당장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딸린 식구들을 먹여 살릴수 있는 "행복한 샐러리맨"
이다.

그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그는 언제나 당당하게 일을 처리하고 결과도 예상
보다 좋게 나타난다.

"시작을 안해서 그렇지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라는게 그의 귀띔이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따야 할 자격증이 2개
남았다고 말한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를 취득해야 설계 구조 시공 등 건설 전분야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무슨일이든 대충 넘어가지 않는 그의 극성스러움을 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 과장은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담금질하며 하나씩 성취해 가는 즐거움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