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추진방향"은 한마디로 시장
의 불투명성을 해소함으로써 금융시장에 만연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세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금리 한자릿수 유지와 투신권 안정을 통한 금융시장 불안요인 해소, 대우
계열사의 구조조정 조속추진 등이 그것이다.

이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면 시장참가자들과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씻어져 사실상 마비상태인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복원될
것이란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위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줄수 있는 투신사 구조조정을 유보
하고 수익증권 가입자에 대한 대우채권 지급을 정부가 보장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라는 것이 종전의 대책에서 진일보한 측면을 찾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우계열사의 구조조정일정이 앞당겨진 것에 주목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론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정책의 전제로 삼은 "상당기간 동안 저금리유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부 대책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을 불투명성으로 보고 있다.

금리와 투신사 구조조정및 대우채권처리 등 세가지 사안에 대해 불안감이
퍼지다보니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불안감은 신상품허용등 대증요법적 대응만으론 해소될수 없다는 판단
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이번에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킬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리를 장기적으로 연 9%대 이하로 안정시키고 투신사 구조조정을 유보하는
한편 대우채권에 대한 지급을 정부가 보장할 경우 오는 11월 10일이후
대규모 환매사태는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하면 금융시스템은 조만간 정상을
찾을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는 금리안정을 위해 채권시장안정기금 20조원을 오는 15일까지 조기
조성키로 했다.

한국은행이 은행및 투신사의 국공채를 직접 매입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투기등급 채권에만 투자하는 정크본드펀드(일명
그레이펀드)를 만들어 금리하락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투신시장 안정을 위해선 대우채권 지급액(50,80,95%)을 정부가 보장키로
했다.

기존 펀드에 대해선 싯가평가를 배제하고 지난 8월말 수준(1백89조원)까지
추가로 자금을 받을수 있도록 했다.

지난 9월말 현재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 잔액은 1백75조원으로 투신사들
은 기존 펀드에 14조여원을 추가로 받을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인위적인 투신사 구조조정을 유보하되 부득이하게 구조조정을
취하게 될 경우에도 투자자보호와 금융시장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했다.

<> 문제점 =시장참가자들은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제시한 대응책에 대해선
알맹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시장의 불투명성과 불안감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이다.

우선 저금리유지 문제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금리를 한자릿수로 유지할 경우 기존 펀드의 환매가 방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물가불안 경기회복 등으로 금리상승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최근 무더기로 풀린 통화도 언젠가는 다시 빨아들여야 한다.

한국은행에선 틈만 있으면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금리가 앞으로 2년여동안 한자릿수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시장은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

정부는 투신사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우채권 손실분은 증권사와 투신사에 분담시키도록 하겠다고
한다.

증권 투신사가 손실을 분담하면 자연스럽게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투신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원치 않더라도 구조조정은 단행될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변
하는 것 자체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공적자금투입도 불분명하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기존의 불투명성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망 =주식시장은 4일 종합주가지수로 따져 20포인트 이상 하락함으로써
정부대책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할때 금리의 하향안정세는
당분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안정기금과 창구지도등을 동원하면 단기간 금리의 하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참가자들이 가진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시장참가자들의
보수적 자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

< 금리 한자릿수 유지 >

<> 채권시장 안정기금 확충 : 10월15일까지 20조원 조성. 필요시 규모확대,
투신사 매각채권 무제한 매입
<> 한은서 은행및 투신사 국공채 직접매입 : 은행및 투신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 정크본드 펀드발행 : 중소기업과 투기등급 채권투자

< 금융시장 불안요인 해소 >

<> 대우채권의 50,80,95% 지급보장 : 증권사 투신사가 손실분담, 필요시
공적자금 투입
<> 기존펀드의 싯가평가 배제 : 1백89조원 수준까지 추가설정 허용, 신규
설정펀드는 싯가평가
<> 투신사 구조조정 유보 : 투신사 자구노력 유도. 신뢰확보와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으로 경영정상화 추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