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자유치의 효과로 내세우는 것중 하나는 선진경영기법의 이식이다.

한마디로 물자를 수입하듯이 경영도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결재단계 축소, 경영투명성 제고, 성과급제의 도입 등이 수입해야 할 선진
경영기법의 예로 꼽히곤 한다.

실제로 IMF체제 이후 외국에 매각된 기업들 중에는 경영이 개선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미국 보워터사가 1백% 투자로 인수해 한라펄프제지에서 새롭게 출범한
보워터한라제지도 그중 하나다.

부채는 완전히 정리됐고 생산성은 10%이상 향상됐다.

고정비 지출도 10% 줄었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기업문화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어 개인플레이 없이
모두 팀단위로 경영성과를 평가받게 된 점이다.

이 회사 한상량 사장은 "보워터에 인수된 후 기업문화에서 정치색과 관료
주의 냄새를 없애는데 주력했다"고 말한다.

미국 P&G에서 인수한 쌍용제지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는 사내 공식언어를 영어로 바꾸었다.

또 미국식 스톡 옵션을 도입, 직원들에게 1백주씩 자사주를 제공했다.

빚도 갚아 금융비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는 흑자로
전환시켰다.

삼성그룹에서 스웨덴 볼보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삼성중공업 중장비부문
도 볼보건설기계코리아로 간판을 바꿔 단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조직을 볼보형태의 매트릭스 수평조직으로 개편, 일선 업무담당자의 권한과
임무를 확대시켰다.

문화 조직 업무절차 등 세가지 요소에 대한 표준화작업을 통해 매출을 5년
뒤 지금의 2배로 늘리고 1인당 생산성도 2배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대상의 라이신 사업부문은 독일 바스프가 인수한 후 연구개발투자
가 매출액 대비 1%에서 2% 수준으로 높아졌다.

인터브루에 인수된 OB맥주는 수익성 위주로 경영을 전환, 매출이 97년보다
1천7백억원 줄었음에도 수익은 오히려 3백80억원 개선됐다.

특히 인브루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 수출이 85억원에서 1백27억원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봤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