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행이 김정일 북한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서해안공단 건설 및 금강산 관광개발사업 확대에
합의한 것은 남북한 경제협력에 큰 진전을 이룬 쾌거라고 하겠다.

아울러 김용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이 조만간 서울을
방문한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한 관계개선에도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농구대회 참석차 북한에 간 정주영
회장 일행이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한 서해안공단 경제특구화, 금강산 외국인
관광, 북한농구단 서울경기 연내개최 등은 주목할만 내용이다.

이중에서도 앞으로 8년동안 3단계에 걸쳐 해주 강령군 일대에 공단 8백만평
배후도시 1천2백만평을 개발해 8백50여개 업체를 유치할 계획인 서해안공단은
보따리장사 수준에 머물던 남북경협을 한단계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서해안공단은 그 규모에 걸맞게 남북한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도로 전력 공업용수 통신 등 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장기침체에 빠진 국내
건설경기가 살아날 것이며 공단 입주기업들은 값싸고 우수한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국제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유휴설비 이전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중장기적으로 산업
구조 선진화를 촉진할 것은 물론이다.

22만명이 고용돼 연간 1억8천5백만달러의 소득을 얻게 되는 북한의 경제이익
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해안 공단이 경제특구로 개발되면 북한의 국가신인도가
높아져 대외무역과 해외투자 유치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 "특수경제지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대외무역과 투자유치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바로 서해안공단이 이같은 북한측 의지를 국내외에 입증하는 첫번째 사례가
되는 셈이다.

지난 91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설정된 나진.선봉지역 개발이 사실상 실패한
만큼 서해안공단의 의의는 더욱 크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남북한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가 완화된 지금이야말로 "남북의 당국자간
관계가 진전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협력증진에 한계가 있다"는 우리정부의
지적을 명확히 인식하고 지난 92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해 경제발전의 계기로 삼아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