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MBA(Korean Executive MBA)는 유럽의 명문 핀란드 헬싱키경영경제대학원과
산업정책연구원(IPS)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다.

1년 코스의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실제 MBA 학위를 준다.

KEMBA 지상중계는 실제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경제 경영과
관련한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경영환경에 대응하는 신 경영학의 기조를 제시하고 국내 기업이 나갈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KEMBA에서 실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이 필진을 맡아 주제별로 글을
싣게 된다.

필진들은 세계 경영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상을 예로 우리 기업들
이 나아갈 좌표를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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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컴팩 영광-좌절의 교훈 ]

미국의 최고경영자 보수는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96년 기준 디즈니의 아이즈너 회장은 2억7백75만달러, GE의 잭 월치
회장은 3천1백94만달러, IBM의 루 거스너 회장의 경우 2천31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미국의 최고 경영자의 보수가 이같이 높은 연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최고 경영자 뿐만 아니라 이사들에게까지 엄격한 평가와 보상제도
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보상은 기업가치의 증가에 따른다.

당연히 최고 경영자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략이란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전략에 따라 기업간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컴팩(Compaq)의 사례를 보면 최고 경영자의 역할과 기업성공에 대하여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컴팩은 82년 3명의 전직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출신들이
세운 회사.

로드 캐니언이 이끄는 컴팩은 기술에 강조를 둔 PC를 가지고 경쟁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PC제조는 품질과 제품변경의 유연성 그리고 신제품을 보다 빨리 도입하는게
중요했다.

비용과 관련된 사항은 고려되지 않는 것이었다.

기술과 품질에 중점을 둔 PC시장을 처음 열면서 시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성공을 거듭했고 시장에 진입한지 4년만에 포천지 5백대 기업에
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87년 매출규모는 10억달러까지 급증했고 89년에는 3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90년 컴팩의 성장률은 미국시장의 성장률인 4%보다 낮게 떨어졌다.

경쟁기업들이 컴팩과 동등한 사양의 제품을 35%정도 낮은 가격으로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1년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9% 정도 떨어졌고 손실을 기록했다.

컴팩은 해고를 단행했다.

이때 상황을 바라 보는 서로 다른 논리가 대립했다.

한쪽 논리는 최고경영자(CEO)인 캐니언의 믿음이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요 원인이므로 컴팩은 전략을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음 주장은 최고 집행경영자(COO)인 파이퍼의 주장으로 시장은 변화했고
컴팩은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마케팅 경영을 맡았을 때 파이퍼는 가전제품시장
에서 유사한 가격 인하의 악순환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캐니언은 컴팩의 매출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는데 반해 파이퍼는
매우 불길한 현상으로 인식하였다.

파이퍼는 이제 컴팩은 효율적인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91년 10월 미국 비즈니스계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이것은 바로 컴팩의
이사회가 파이퍼의 견해를 받아들여 캐니언을 전격 사임시킨 것이었다.

파이퍼는 즉시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컴팩을 2개 부문으로 나누고 한 부문은 저가의 PC를 만들고 다른 부문은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도록 했다.

동시에 파이퍼는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전략을
시행했다.

첫단계로 생산근로자를 25% 감축, 9천명으로 줄였다.

파이퍼의 이같은 조치는 시기 적절한 것이었다.

그가 최고경영자가 된지 2년만에 추가설비를 증설하지 않고 PC의 생산량이
4배로 증가했다.

특정 공장의 단위당 생산비용은 75%이상 감소됐다.

비록 대당 판매이윤은 인하된 가격으로 인해 3분의 1로 줄었지만 매출신장을
통하여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성과로 인해 파이퍼는 컴팩을 IBM,HP 등을 능가하는 PC 메이커로
키운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파이퍼 사장의 전략적 선택은 일찍이 MS의 운영체계인 "원도"와 인텔의
마이크로칩이 결합된 "윈텔" 진영에 합류, 컴팩을 비약적으로 성공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90년대초 컴팩 회생의 주인공인 파이퍼 사장 또한 전임 사장인
캐니언과 같이 99년 4월 경영부진을 이유로 이사회에 의해 해임됐다.

이유는 99년 1.4분기 경영실적이 부진했기 때문.

99년 4월 9일 "컴팩의 1.4분기 매출액은 당초 계획보다 6억달러가 적은
94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발표가 있은 후 세계 주요증시의 하이테크 업종
주가들이 일제히 급락하는 컴팩쇼크가 발생했다.

99년 4월 기준 컴팩의 주가는 주당 22.6달러로 99년초 사상 최고치인 51.25
달러에 비해 절반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벤자민 로젠 컴팩 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세계 최고 경영진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파이퍼와 같이 재무담당이사(CFO)를 맡아왔던 얼 메이슨 이사도 같이
물러났다.

냉엄한 규칙아래 기업이 운영되는 것이다.

과거에 성공한 경영자가 과거의 성공원리에만 집착하다 버림받는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현재의 한국기업은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수록 경영자의 리더역할과 전략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훨씬 커진다.

변혁기에는 자신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총체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경영자에게 요구된다.

따라서 오늘날 국내기업들은 발전단계상 성숙기를 넘어서 새롭게 도약
하느냐, 아니면 쇠퇴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으며 그 운명은 경영자의 리더십
발휘와 전략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게 될 것이다.

< 신철호 성신여대 교수 산업정책 연구원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