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중인 전철환 한국은행총재가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한국기자들과 만나 국내 통화신용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할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했다고 한다.

내년 물가가 불안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다.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
급등과 엔고현상등으로 수입물가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향후의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고, 여러가지 정책대안을 검토해
볼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통화정책의 긴축선회가 올바른 해법인가는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다.

통화긴축을 실시하면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경기를 후퇴시킴
으로써 실업확대등 경제운영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 준다.

올들어 실업률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5.7%라는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이 물가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
과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물가불안을 걱정하는 큰 이유중 하나는 하반기들어 10%에 가까운 고율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초과수요현상이 나타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의 고율성장은 지난해의 마이너스 성장을 바탕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술적 반등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8월중 제조업가동률은 78.7%로 전월보다 낮아졌을뿐 아니라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수요초과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통화긴축을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더 큰 이유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그로인한 금리상승 우려는
우리경제가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최대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긴축을 실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금융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은 뻔한 이치다.

사실 최근의 물가불안 우려는 원유가 상승,엔고 등 해외요인에 의한 비용
상승이 주축을 이룬다.

때문에 통화긴축등 총수요관리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개발과 과감한 구조조정등 비용절감을 통해 대처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가안정이 중앙은행의 기본목표임은 틀림없지만 고용확대와 금융시장안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과제이기 때문에 통화운용 정책은 여러 경제변수들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