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국계 기업가들은 컴퓨터, 엔지니어링 등 첨단기술 관련사업을
주로 하는 반면 한국계 기업가들은 마켓, 식당 등 소매점이나 서비스 관련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지난 5월26일부터 8월19일까지 LA카운티에서 한인
및 중국계 기업주 5백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시아계 비즈니스 현황조사"
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8일 보도했다.

조사결과 소매점을 주로 하는 한인들의 경우 비즈니스 형태도 자영업이
많았다.

반면 중국인들은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한인의 경우 자영업체 65%, 주식회사 21%, 동업 12%의 순이나 중국계는
주식회사 68%, 자영업체 22%, 동업 9%의 순으로 조사됐다.

에드워드 박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중국계중에는 엔지니어링과
바이오테크 분야의 경력을 가진 기업가가 종종 있으나 한국계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병갑 퀸스대 교수(사회학)도 "지난 94년 캘리포니아 소재 한국계 기업 약
3만여개중 미니마켓과 주류판매점이 3천5백개이고 아시아수입상품 소매점이
3천5백개 세탁소가 2천개 주택페인트칠업소가 1천개였다"고 말했다.

한인 비즈니스의 3분의 1이 소매점 또는 서비스업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차이를 반영, 지난해 중국계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37%를 기록,
한국계(26%)보다 훨씬 높았다.

10%이상 이익이 늘어난 기업도 중국계가 한국계의 2.6배에 달했다.

또한 중국계 기업의 32%가 상품과 서비스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반면 한국계
는 9%만이 미국밖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계 기업의 60%는 미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장사하고 있다.

중국계의 인터넷 웹사이트 보유율은 32%인데 반해 한국계는 13%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는 1800년 중반부터 캘리포니아로 이주해온 중국계가 1970년대 초
이민온 한국계보다 영어에 능숙하고 사업기반도 더 굳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계 중에서도 엔지니어링 학위 소지자가 기술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경향이 늘고는 있으나 그 숫자는 미미하다.

한국계 청년들의 창업률도 평균 이하이다.

그나마 지난 몇년간 한국 이민자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많은 기존 한국계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어 한국계 기업이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계와 중국계 기업의 또 다른 차이는 한국계가 여전히 LA 코리아타운을
주요 사업지역으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계는 차이나타운 외에 다른 지역으로
계속 상권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한인 변호사는 "한인사회가 확대되면서 많은 한국계 기업들이 교외로
진출하고 있으나 고객을 끌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계 음식점과 서비스업체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본토로부터의 이민자 덕까지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 리 코네티컷대 교수(지리.아시아학)는 "LA 카운티안에 중국계 은행은
23개인 반면 한국계는 극소수"라며 "중국계 이민자들이 갖고 온 상당한 돈과
이를 취급하는 중국계 은행이 중국계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