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 고려대 교수. 경영학 >

지난주는 경제와 관련된 커다란 뉴스들이 많은 한주였다.

주요 이슈로는 11월 금융대란설의 표면화, 급속한 엔화가치상승 및 유가상승
현대자동차의 해외 DR발행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경제의 앞날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뉴스들로서 심층분석과
객관적이며 냉철한 보도가 요구되는 것들이었다.

이들 이슈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처리는 무난했다고 보인다.

투신부문의 유동성 위기와 기업부문의 신용경색을 우려하는 "금융대란설"의
주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는 11월10일부터 투신사 수익증권 가입자에게 대우채권의 80%를 지급하게
됨에 따라 수익증권의 환매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투신사들은 수익증권환매에
따른 자금마련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대량 매각할 것이다, 그 결과
금리는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또 은행권도 대우사태로 말미암아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뿐 아니라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확충이 어렵게 됨으로써 BIS
비율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업에 대출한 자금을 회수할
것이고 그 결과 기업부문의 신용경색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러한 금융대란설과 관련해 한경은 신속히 이를 14일자 머릿기사로 보도
했다.

또 심층분석 기사를 곁들임으로써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금융대란설의
실체를 독자들에게 깊이 있게 전달한 점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15일자엔 11월 금융대란설에 대한 정부의 상황별 대응책을
머릿기사로 보도함으로써 우리경제에 대한 일반독자들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을 주었다.

과거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이 루머로만 나도는 경우가 많았다.

보도되지 않음으로써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정책당국은 공개해서 대책을 찾기보다는 ''쉬쉬''하기에 급급했다.

이번 금융대란설에 대해서는 한경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보도, ''대란설''의
위기를 일소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본다.

금융대란설의 핵심인 투신부문의 유동성위기 가능성은 사실 "죄수의 딜레마"
와 같은 사안이다.

주요 당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수익증권 투자자의 대부분이 환매에 나서고 투신사 또한 채권매각에
나설 경우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대란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환매를 자제하고 투신사도 채권매각에 나서지 않을 경우
금융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의 초점은 각 상황별 대책 마련이 아니라 수익증권 투자자
들이 중도환매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대책의 마련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대우 채권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 즉 만기땐 95%까지 찾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물론 정부가 약속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믿음직한 방법
으로 표시할 때 생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믿음의 형성에는 언론의 역할 또한 막대하다.

만약 언론이 단지 가설에 불과한 시나리오를 과장보도를 할 경우엔 불안감이
유포되어 시장참여자들의 믿음 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가설이 실제
상황으로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금융시장불안의 해소에는 언론의 객관적이면서도 냉철한
보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경제신문이 17일에 현대자동차 DR 관련기사를
크게 보도한 것은 바람직했다고 평가된다.

많은 다른 신문들은 현대자동차의 해외DR발행 성공 그 자체보다 DR이 국내
주가보다 15.58% 할인돼 발행되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즉 할인발행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기사처리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반면 한국경제신문은 현대자동차 DR발행의 긍정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방향
으로 기사를 처리함으로써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대우사태로 말미암아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때 민간기업인 현대가 해외에서 5억달러라는
대규모 DR발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비록 할인발행이기는 했지만 높이 평가
돼야 할 것이다.

현대의 DR발행은 한국기업과 경제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와 엔화가치 상승에 대한 뉴스는 그 중요도에 걸맞게 머릿기사로
처리되었다.

또 엔화와 유가동향에 대한 분석 해설기사를 통해 왜 엔화와 유가가 오르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급격한 엔화의 상승이 과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지 또 유가의 상승은 과연 회복국면에 있는
우리 실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에 관한 심층분석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주에도 한국경제신문이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주요 뉴스를
보도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신뢰형성에 도움을 주어 우리경제가 "죄수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