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물의 향기-계단..강은교 <시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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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요즘은 하루 종일 걷는 일이 별로 없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때면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자동차,
학교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 학교에서 오는 길에 "마트"에 물건이라도
사려고 들르면 멋진 에스컬레이터, 집에 오면 다시 엘리베이터...
아마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병이 걸렸다.
어느 날 갑자기 오른 쪽 다리를 구부릴 수가 없어서 병원엘 갔더니 디스크의
염려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X선 촬영을 했다가 MRI까지 하게 되었다.
사진을 본 의사는 디스크가 확실하다고 했다.
디스크에 의한 좌골 신경통, 디스크가 4.5번 척추의 신경다발을 건드렸다가
말다가 한다는 것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이들, 그 중에서도 디스크 경험이 있는 이들은 모두 한
마디씩 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운동"이었다.
운동 중에서도 "걷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단을 걷기로 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도 13층에서 내렸다.
나머지는 걸어올라가는 것이었다(우리집은 아파트의 23층이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4층에서 내렸다(연구실은 14층이다).
-아, 계단.
그런데 계단을 걸어 올라가려니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아파트의 뒷모습들
이 보였다.
어떤 집 계단 앞에는 커다란 소철 화분, 벤자민 화분, 또 어떤 집 계단
앞에는 된장 항아리, 못쓰게 된 상자들...
그동안 낌새도 채지 못하고 지나갔던 사람 냄새가 계단에는 맴돌고 있었다.
연구실로 올라가는 학교의 계단은 정말 아름다웠다.
넓은 창으로 일몰 때는 붉은 햇빛과 낙동강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매일 놓치고 있었다니!
짐이 많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면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10층 단추를 누른다.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가-아마 초등학생인 것 같은 데 무척 크다.
거의 비만형으로 보인다.
-3층 단추를 누른다.
아-아-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때면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자동차,
학교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 학교에서 오는 길에 "마트"에 물건이라도
사려고 들르면 멋진 에스컬레이터, 집에 오면 다시 엘리베이터...
아마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병이 걸렸다.
어느 날 갑자기 오른 쪽 다리를 구부릴 수가 없어서 병원엘 갔더니 디스크의
염려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X선 촬영을 했다가 MRI까지 하게 되었다.
사진을 본 의사는 디스크가 확실하다고 했다.
디스크에 의한 좌골 신경통, 디스크가 4.5번 척추의 신경다발을 건드렸다가
말다가 한다는 것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이들, 그 중에서도 디스크 경험이 있는 이들은 모두 한
마디씩 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운동"이었다.
운동 중에서도 "걷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단을 걷기로 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도 13층에서 내렸다.
나머지는 걸어올라가는 것이었다(우리집은 아파트의 23층이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4층에서 내렸다(연구실은 14층이다).
-아, 계단.
그런데 계단을 걸어 올라가려니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아파트의 뒷모습들
이 보였다.
어떤 집 계단 앞에는 커다란 소철 화분, 벤자민 화분, 또 어떤 집 계단
앞에는 된장 항아리, 못쓰게 된 상자들...
그동안 낌새도 채지 못하고 지나갔던 사람 냄새가 계단에는 맴돌고 있었다.
연구실로 올라가는 학교의 계단은 정말 아름다웠다.
넓은 창으로 일몰 때는 붉은 햇빛과 낙동강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매일 놓치고 있었다니!
짐이 많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면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10층 단추를 누른다.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가-아마 초등학생인 것 같은 데 무척 크다.
거의 비만형으로 보인다.
-3층 단추를 누른다.
아-아-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