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값(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이 지난 9일 미국 뉴욕상품시장에서
배럴당 23달러선을 넘은지 나흘만인 13일에는 24.2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대로 가면 25달러선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올겨울에는 30달러선을
넘으리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에너지수요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는 물론이고 가까스로 위기
국면을 탈출한 세계경제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감산정책이 몰고올
파장은 자못 우려할 만하다.

국제원유값이 배럴당 24달러선을 넘었다는 것은 본격적인 고유가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뜻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렇게 되면 원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 미국의 무역수지적자
확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경제 타격, 국제금융시장 교란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더구나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초만 해도 한자릿수였던 원유값이 급등세로 돌아선 계기는 지난 3월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유생산 감축을 결의한 OPEC 석유장관회의다.

하루평균 2백10만배럴의 감산규모는 당시 공급과잉인 1백50만배럴을 상쇄
시키고도 남는 물량이다.

특히 감산합의 이행에 회의적이던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OPEC 회원국
들이 갈수록 감산합의를 강도높게 이행한 것이 원유값 상승을 가속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이다.

석유공급 축소와는 대조적으로 올들어 석유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주로 아시아권의 경기회복세와 미국경제의 호황지속 때문이다.

당장 우리의 경우만 봐도 최근 석유소비량이 외환위기 발생전 수준을
넘어섰다.

국제석유기구(IEA)는 북반구가 겨울철을 맞는 올 4.4분기에 석유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하루평균 7천7백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올겨울 석유파동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원유값 상승이 중동위기와 같은 정치.군사적인 돌발사태
때문이 아니라 수급불균형 탓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수급불균형만 바로 잡으면 원유값은 다시 안정될 것이다.

최근의 원유값 급등도 다분히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이래저래 오는 22일 빈에서 열리는 OPEC 총회는 괌심사다.

감산결정을 재고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산유국들의
원유재고량이 충분해 내년 봄까지는 감산정책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우세
하다.

배럴당 24달러를 넘은 국제원유값이 본격적인 고유가시대 개막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에너지 소비절약 등 대책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