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결국 국제사회의 전방위압력에 무릎을 꿇었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돈"에 굴복한 셈이다.

비하루딘 유수프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2일 동티모르사태와 관련한
각료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동티모르사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국제사회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평화유지군의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에따라 유엔등 국제사회는 조만간 동티모르에 파견할 평화유지군의
구성문제를 본격 논의하게 됐다.

이날 성명은 하비비 대통령이 위란토 국방장관(겸 총사령관)과 알리타스
외무장관 등 핵심장관들을 불러 동티모르 사태를 긴급 논의한 직후 나왔다.

관측통들은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미 며칠전부터 국제평화군 수용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조만간 모종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인도네시아가 국제평화유지군의 수용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암시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간을 끈 것은 "군부달래기" 등 막바지 작업이 필요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하비비 대통령의 성명발표도 상당한 진통을 거친 끝에 나왔다.

또 위란토 장관은 전날 유엔대표단과 동티모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
유지군을 속히 수용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곧바로 의사가 잘못 전달됐다고 번복,군부내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군부가 강경하게 나왔던 것은 동티모르가 하나의 선례가 될 수있기 때문
이다.

군부는 이번에 "실패"를 보여 주면 앞으로 자국내 분리주의 운동이 강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군부를 움직이게 한 것은 지원자금의 중단이란 매우 현실적인 압력
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도네시아에 대해 비난성명은 "소 귀에 경읽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서방외교관들은 지적해 왔다.

4백년에 가까운 식민지역사와 60년대까지 비동맹주의의 맹주로서 군림했던
자부심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금에 의존, 경제회복을 꾀하고 있는 상태
에서 IMF가 돈줄을 죄기 시작할 경우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IMF는 실제로 지난 10일 내부 모임을 갖고 이달말 예정됐던 대표단파견을
보류했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당장 11월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지원금 4억6천만달러를
받을 수없게 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통화가치의 하락과 주가폭락으로 외국인투자자금의 이탈이 본격화
됐다.

한편 평화유지군이 구성되면 아세안이나 일본자위대가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기난자르 경제조정장관은 "국제사회가 평화유지군을 보낸다면
아세안군으로 구성되길 원한다"고 밝힌 바있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