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유삼도
위심도 안도 구도

책을 읽는 데에는 세가지 경지가 있다.
마음으로 터득하는 것, 눈으로 보고 아는 것, 입으로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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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주희가 "훈학재규"에서 한 말이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하늘이 한결 높게 보인다.

들녘에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밭 이랑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며,
창밖에 귀뚜라미가 달밤을 노래하는 계절 가을이다.

황폐해져만 가는 우리네 심성을 다시 가꾸고 살찌우기 위해서는 동서양
고전과 현대의 명저를 섭렵 독파하고 사색의 심연에 몸과 마음을 함께 담가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란하게 소리만 내지 말고, 눈으로만 보아 넘기지 말고 무엇인가 마음 깊은
곳에까지 와 닿는 그런 독서를 이 가을에는 한번 시도해 봄직하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