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화 < 국회 입법조사연구관 >

담배와 건강.

이 함수관계는 현대인이 풀어야 할 화두 가운데 하나다.

마침 50대 폐암 환자가 국가와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착잡해진다.

최근 국회 본회의는 담배에 부과하는 건강부담금의 상한액을 궐련 20개비당
20원의 범위로 규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갑당 2원의 건강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폐암 등 수많은 질병과 흡연이 관련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간접흡연의 폐해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세기를 마감하는 총회에서 "담배는 인류 공동의 적"
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담배없는 새 밀레니엄"을 준비하고 있다.

WHO는 현재의 흡연율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세계 인구중 5억명이 담배 때문
에 사망하리라 경고한다.

그러나 흡연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20년 이내에 금연하면, 2020년까지
담배로 인한 사망자의 3분의1은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남성흡연율(15세 이상) 69%, 청소년 흡연율(고3 남학생 기준) 42%.

모두 세계 최고이다.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담배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4만명에 이른다.

흡연 때문에 생긴 병 치료에만 연간 3천3백억원이 든다.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조기사망 손실.담배 값 지출 등을 합하면 흡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6조원 이상이다.

이 상태가 방치되면 흡연으로 인한 손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어떻게 흡연율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결코 흡연자 개인의 자각에만 호소할 수 없다.

사회적.제도적.법적으로 금연을 지원하는 건강 친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21세기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건강증진"의 핵심전략이다.

WHO의 "담배 없애기 운동(Tobacco Free Initiative)"에 동참하는 세계은행
(IBRD)은 "담배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떨어진다"고 권고한다.

IBRD는 중국의 예를 들어 "담배세를 10% 인상하면 담배 소비는 5% 줄어들고,
세입은 4.5%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세입 증가분은 1억명의 저소득 중국인이 기본 보건서비스를 받는 데 필요한
비용의 3분의1 이상에 해당된다.

그래서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가 "담배세와 부과금을 담배값의 80% 수준으로
올려, 청소년 담배 소비를 줄이고 비흡연자를 보호해야 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담배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로 84% 수준이다.

한국은 65%(98년)로 낮은 편이며, 세금과 부담금의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평균 담배 1갑에 소비세가 4백60원, 교육세가 1백84원, 폐기물부담금이
4원인데 비해 건강부담금은 2원에 불과하다.

담배로 인한 손실이 매년 6조원에 이르는데도 건강부담금이 폐기물부담금
보다 적은 것이 한국적 조세구조이다.

어느 나라나 금연정책의 우선대상은 청소년층이다.

이들의 건강은 곧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담배를 마약으로 선포하고, 청소년 흡연규제에 힘을
쏟고 있다.

흡연율이 꽤 높은 일본(남성 52%, 여성 12%)에서도 정부가 엄격한 담배
규제책을 시행, 2010년까지는 흡연율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개정에서
담배 갑당 건강부담금을 8원으로 올리기로 하고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오존층 보호나 온난화 방지처럼 지구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최우선 과제가
흡연대책이다.

담배세와 부담금 인상이 흡연율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책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확실하다.

WHO는 2003년 "담배세의 일부를 담배 규제비용으로 사용하고, 담배값
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의 "국제조약"을 "구속력 있는
의정서"로 채택할 방침이다.

한국도 WHO 회원국인 만큼 담배에 대한 건강부담금 인상 물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애연가들은 반발할 것이다.

금연을 위한 유효한 정책수단을 포기함으로써 야기될 국민건강상의 위험을
다시 생각해 보자.

만약 정부가 건강부담금을 그대로 둔다면, 국가가 세계 8위의 담배회사인
"담배인삼공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담배가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새 천년을 맞아, 정책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건강 친화적 마인드에서 조정.입안되기를 기대한다.

< inhwa@nanet.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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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생활과학대 졸업
<>서울대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