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체에 대한 수사당국의 정보제공 요청이 늘면서 "휴대폰도
마음놓고 걸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우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올 상반기 유무선 통신업체에 정보제공을 요청한 건수가 9만3천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량 늘었고, 5개 이동통신업체에 대한 정보요청
조회건수는 지난해 1만7천건에서 4만8천건으로 배이상 늘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수사당국이 통신업체에 요청했다는 것은 통화내역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3자가 통화내역을 알려면 몰래 엿듣는 도청 등의 방법을
써야하지만 이는 법에 어긋나며 또 경우에 따라선 쉽지 않다.

그러나 통신업체는 통신망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망에 연결된 전화기
이용자들의 통신내역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알 수있다.

통신망에서의 보안유지는 망운영자로 인해 원초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정부나 주요기관 등은 비밀유지가 필요한 경우 통신에서 암호를
사용한다.

통신할 내용을 암호화해서 바꾸고 이를 통신망으로 보내면 상대방은 받아서
암호를 풀어(이는 복호라 함) 해독한다.

양측은 사전에 암호화키와 복호키를 만들어 사용한다.

이 키가 없으면 통신망에서 정보를 도청했다 해도 그 뜻을 속히 알아 내지
못한다.

정보사회가 확산돼면서 오늘날 통신망에 연결된 컴퓨터간의 통신이 늘고
있다.

그리고 세계 PC의 90%가량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핵심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미 국가보안국(NSA)이 MS의 윈도우95, 98, NT 등을 채용한
컴퓨터에 몰래 들락거릴수 있는 "PC 비밀키"를 갖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최근 폭로했다.

통신망에 연결된 수많은 PC에 있는 정보마져 보안이 어렵다는 것이다.

PC에 저장하는 정보도 사전에 암호화 해야 할 것같다.

NSA는 암호화와 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으로 MS가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암호기술의 해외유출금지를 앞장서 외쳐왔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각국에서 쓰는 컴퓨터를 열 수있는 비밀열쇄를 챙겨놓은
것이다.

이것이 정보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쉽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