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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후라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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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연예가에선 요즘 "코미디"란 말이 쓰이지 않는다.

    "개그"란 말로 대체된지 오래다.

    개그맨은 있어도 코미디언은 없다.

    개그가 우리나라 라디오방송 TV드라마나 쇼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 대학가 술집이나 통기타클럽에서 활동하던 "젊은 재야입담꾼"들이 FM
    심야방송의 초대손님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이 무렵부터 후라이보이 곽규석, 막둥이 구봉서, 비실비실 배삼룡 등
    코미디언들은 서시히 무대뒤로 사라지고 개그맨들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다.

    개그(gag)란 본래 "입마개"나 "재갈"이란 뜻이다.

    또 장난 농짓거리 사기 농탕질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연극에서는 드라마 중간에 토막쳐서 끼워넣어둔 단편적 행동이나 재담을
    의미한다.

    그래서 개그는 순간적인 재치와 순발력으로 관객을 웃기는 촌철살인식의
    웃음을 가리킨다.

    코미디아(komedia)라는 그리어에서 나온 코미디(comedy)도 그 어원을 따져
    보면 주신인 디오니소스 축제때 대중들이 불평불만을 풍자적인 노래를
    부르면서 몸짓으로 표현한데서 나온 말이다.

    코미디나 개그나 모두 인간의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를 좁혀주는 카타르시스
    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코미디가 더 대중적이고 인간적이다.

    지금 호시절을 맞아 왕성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개그맨들은 과거의
    코미디언들과는 세대나 직능이나 문화적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내세운다.

    자신들이 코미디언들과는 달리 풍부한 지적 교양과 사회변동이나 시국의
    추이를 즉각 연기에 옮길 수 있는 순발력과 역사적 감각도 갖추고 있다고
    믿는 듯 하다.

    그러나 요즘 TV에 나오는 개그맨들을 보면 재치나 순발력만을 내세운
    나머지 "말장난"에 그쳐버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코미디언들이 준 웃음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 인간적
    웃음이었다면 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의 감성에 맞는 겉웃음만 지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초창기 TV를 주름잡았던 명 코미디언 후라이보이 곽규석씨가 은퇴후 목사로
    일하던 뉴욕에서 세상을 떠났다.

    벌써 중년을 넘긴 그의 올드팬들에겐 코미디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 같은
    아쉬움만 남기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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