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한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주식 34.3%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가
이달 중순께 일반 청약자와 기관투자가 및 우리사주조합에 매각돼 오는
10월 초 상장된다.

한국가스공사도 오는 연말께 1천5백억~2천억원의 신주를 공모해 상장한 뒤
주식예탁증서를 해외에서 발행, 5백억~1천억원을 증자할 계획이다.

두 기관의 민영화를 위해 지난 상반기에 추진하려던 계획들이 늦어진 것이다

공기업 개혁에 힘입어 지난 1년동안 1백8개에 이르던 공기업은 97개로 감소
했고 10개의 자회사는 없어졌으며 인원은 3만1천여명이 줄었다.

외자 46억달러를 포함한 5조6천억원의 매각수입을 올렸고 이 중 2조5천억원
이 재정으로 들어가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쪼들리는 나라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앞으로 5년간 해마다 1조3천억원씩 모두 6조5천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의 진도는 당초 계획보다 처지고 있다.

경영혁신과 민영화를 부르짖을 당시의 절박감이 상당히 가셨기 때문이다.

10%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과 80%를 넘어선 산업체의 가동률, 7백억달러를
바라보는 외환보유고 등 1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전된 경제가
개혁을 다짐하던 초기의 절박감을 오히려 약화시킨 탓이다.

담배인삼공사나 가스공사의 상장과 마찬가지로 지난 상반기에 추진하려던
한국중공업의 매각도 하반기로 연기됐으며 올 연내로 끝내려던 한전의 발전
부문 매각도 내년으로 넘어갔다.

더구나 민영화 대상인 공기업마다 1~2년만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의 분리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한전의 주장이나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매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농림부의 요청이 이런 사례이다.

연내 완전 민영화되는 포철이 2002년 이후 폐지하기로 한 1인당 소유한도
(3%) 규정을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건의도 주인 없는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공성이 큰 기간산업을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다는 필요성에 국민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경영권과는 관계없이 주식의 일부만 찔끔찔끔 매각하는 식의 지금과 같은
민영화로는 결코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민영화를 이끄는 기획예산처는 소관부처의 이기주의와 기득권에 집착하는
노조 등 임직원들의 저항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한다.

보다 과감하게 당초 계획대로 밀고 가야만 확실한 주인이 있는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기대하는 민영화의 참모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