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투자회사인 리젠트퍼시픽 그룹이 올해안에 4천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주주로 부상하므로써 대한투자신탁을 사실상
인수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당장 투신업계의 구조조정에 드는 부담을 상당히 덜수 있다는 장점외에
앞으로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근절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부실투성이인 투자신탁업계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해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 해주기 바란다.

지난해 종합금융회사와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에도 투신만 예외적으로 조용했던 것은 부실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부실규모가 너무 커 섣불리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신업계의 경영부실은 해묵은 숙제였다.

지난 89년 12.12 증시부양책의 하나로 막대한 주식물량을 매입했다가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엄청난 투자손실을 떠안게 된데다, 은행권으로부터의
자금차입에 따른 이자지급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 만성적인 경영적자에
시달려 온 것이 그간의 사정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비록 자본잠식 상태지만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고
27조원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대한투신의 경영권을 넘기는데 4천억원
이라는 금액이 과연 적정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해에 1천2백억원의 이익을 냈고 올해 4천억원의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우사태로 투신사들이 상당한 투자손실을 입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적정가격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외자유치를 통해 구조조정을 신속
하게 추진함므로써 금융불안을 막고 정부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라고 본다.

리젠트퍼시픽의 대한투신 인수가 갖는 또한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고질적인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신업계는 그동안 투자자들의 이익은 무시한채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투신업계의 만성적인 경영부실을 불러온 89년말 대규모 주식매입도 12.12
증시안정대책에 따른 결과다.

리젠트가 대한투신을 인수하면 이같은 폐해방지는 물론 선진 금융기법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투신사 수익증권은 실적배당 상품인 만큼 앞으로는 투자자들도 자기
책임 아래 신중한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겠다.

리젠트퍼시픽의 대한투신 인수가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으로 고비를 맞은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수익증권 환매제한 때문에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