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난자가 상품이 되었다.

난자의 성분까지 자세히 기록해서 사가고자 하는 사람의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이를테면 난자의 주인인 여자의 몸매며 나이, 직업에서 성격까지.

마치 비타민의 성분 표시처럼 말이다.

이제 난자와 정자는 사람의 몸 바깥에서 수정을 하면 된다.

사람의 성욕이 최초에는 생식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이제 이런 생식이
가능해졌으므로 성욕 체계에 교란이 생기게 됐다.

정자와 난자를 몸밖으로 빼내 자식을 만드니 구태여 종족 보전의 의미를
가진 결혼은 필요 없게 되는 게 아닐까.

여성의 순결한 몸으로부터 아들을 낳으려는 일부 남성과 어머니들의 유구한
권력욕구는 또 어떻게 될까.

이런 구조를 골격으로 하는 일부일처제는 또 어떻고.

자기 자신에 불만인 여자들은 난자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난자를 사고
정자도 사서 체외 수정으로 아이를 "장만"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삶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살게 될까 봐 겁난다.

이만큼이나마 늙은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자연에 가까운 삶일수록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이 결국은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를 불러 온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게다가 요새 남성의 발기 촉진제라는 비아그라가 곧 우리 나라에서도 사고
팔게 된단다.

발기를 전제로 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합은 이성애에서 필요할 터인데
이성애야말로 전인적 행위가 아닌가.

상대가 누구이건 상관없이 약물로 성기를 발기시키면 성행위의 필요충분
조건이 다 갖춰지는 세상이 나는 싫다.

비아그라를 단순하게 신체의 일부에 국소적으로 쓰는 보약이라고 한다해도
납득할 수 없다.

성기는 오장 육부나 사지와 달리 생식에 그 일차적 목적이 있는 한시적
기관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불가능해진 시대의 상징 같아 나는 아무래도
비아그라가 싫다.

누군가를 깊이 진실되게 사랑하면 성기 중심의 이성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성애의 맛은 전인적일 때 극대화되며 그것의 가치는 상호 존중에서 비롯되는
일체감이다.

일체감은 모든 억압과 오해, 편견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난자를 사고 팔고 발기를 약으로 가능케 하는 세상.

이런 문명은 벌받기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