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전세값이 크게 오르자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
에서 전세가 폭등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전세값 폭등은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게 마련이다.

그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값은 올들어 7월까지 평균 14.4%, 아파트는
18.9%가 올랐다.

특히 아파트의 전세값은 매매가격의 55%선을 넘어섰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매매가 대비 전세값의 비율은
평균 48.7%로 90년대 최고치인 96년 말의 49.6%에 육박했다.

특히 20~30평형의 수요가 많이 늘어 지역에 따라서는 두세달 사이에 2천만~
3천만원이 치솟았고 아예 내놓은 물건도 없다고 한다.

내집없는 서민들의 불안감을 짐작할 만 하다.

전세값이 폭락해 전세반환 자금까지 대출해주던 작년과는 전혀 상반된
현상이다.

전세값의 급등은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해마다 50만~60만가구에 이르던 신축주택이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해에는
30만가구로 줄었고 올 들어 상반기까지는 12만7천가구에 불과했으며 연말까지
작년 실적에 미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경제위기로 지난 해 미룬 결혼 및 분가가 올해 한꺼번에 몰린 것도 한 요인
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도화선은 잠실 등 서울 강남 5개 저밀도 지역의 재건축이다

내년부터 5만가구의 전세수요가 쏟아지기 시작한다는 우려 때문에 벌써부터
전세집을 찾아나서는 사람이 늘어나며 이른바 전세대란의 조짐이 나타났다.

더구나 오는 9월 이후 이사철에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전세파동을 막기 위해 뒤늦게 저밀도 지구 아파트의 재건축 시기를
오는 2001년 이후로 미루고 지구별 공사시기도 6개월~1년씩 시차를 두기로
했다.

건설교통부도 내년에 임대주택 2만채를 더 짓고 분양되지 않은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임대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덜어주는 방안
등을 마련키로 했다.

주거생활을 안정시키는 일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앞서야 할 서민대책이다.

정부는 임대주택의 확대공급 등 중장기 대책 외에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단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주택은행과 평화은행에서 다루는 전세자금 대출재원을 크게 늘리는
한편 조건도 완화해야 한다.

진작부터 전세대란의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재건축 사업계획을 세울 때 이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일이 터진 후 약방문을 내놓는 뒷북행정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