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 서강대 교수 / 경영학 >

여의도 전경련 건물 벽에 "기업을 사랑하자"는 큰 표어가 걸려있다.

그 이유를 음미해본다.

전경련은 최근의 경제개혁 분위기에서 우리 국민 다수가 기업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만약 우리 국민이 기업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한 나라의 부를 창출하는 주체이다.

기업이 잘 되어야 고용이 창출되고 세수가 증대되어 국방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가능해진다.

기업이 없이는 중산층이고 서민을 위한 정책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정책의 우선 순위를 기업이 잘 되도록 하는데 두어야 한다.

기업은 우리 국민의 애정과 관심의 대상이어야지 청산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다.

그런데 왜 기업인들은 국민들이 기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까.

아마 많은 국민들은 기업은 사랑하지만 기업을 자기의 사유물인양 전횡을
일삼아 온 일부 기업인들을 미워할지는 모른다.

일부의 악덕 기업인에 대한 실망을 전 기업에 대한 증오로 과대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국민들도 악덕 기업인과 기업을 분명히 구분하여 기업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대우그룹을 포함하여 삼성자동차,대한생명 문제들을 접하면서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애정이 식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정부 당국자의 재벌개혁에 대한 언급 이후 더욱 그러한 걱정이 앞선다.

영향력있는 일부 인사들의 설익지 않은 아이디어의 남발로 다수의 기업인들
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왜 우리 사회에서 반재벌적인 분위기가 이토록 팽배해
졌는지 자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정말로 우매하여 감정적으로 재벌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를 잉태시킨 원인을 대기업 스스로 제공한 면도 없지 않다고
보여진다.

세계시장에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가 커야하고 업종
다각화도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계열 기업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일부 재벌들은 정당한 방법이 아닌 계열기업간의 상호지급보증 등의
수단으로 기업을 확장했다.

이에 따라 그룹내 기업들이 독립경영을 하지 못하고 공동운명체로 연결되어
한 기업이 부실화되면 건전한 기업마저 동반 부실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핵심사업에 역량을 극대화하여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기보다 대마불사의
신념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곳도 없지 않다.

어떤 기업에서는 경영권의 이전도 유능한 전문경영자보다는 친족들에게
이양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세습하였다.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인도 있다.

이러한 기업 대주주들의 행태가 비난의 대상이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국제시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들이 비난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작금의 사회 분위기가 정상적으로 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기업가 의욕까지
꺾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기업하고
싶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분위기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되고 설익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남발되지
않도록 특별한 배려가 요구된다.

기업인들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개혁의 내용을 지나친 규제라는
시각에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것을 기업에 대한 규제로 보는
시각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지배주주만을 위하지 않고 전체 주주들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기업의 목표에
맞도록 지배구조를 갖추어야 기업의 체질이 강화되고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지배주주의 전횡에 의해 기업을 경영한 결과 오늘날 우리는 혹독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원칙이 아닌 잔꾀는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낙후한 경영 패턴을 한국적이란 이름으로 더 이상 고집해서도 곤란할
것이다.

우리 기업형태가 갖고 있는 장점은 살리되 국제정합성에 맞지 않은 관행을
빨리 탈피하는 것이 국제경쟁에서 이기는 첩경일 것이다.

-----------------------------------------------------------------------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
<>한국증권연구원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