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인도 땅, 그 북쪽 바라나시는 힌두교 성지다.

그곳에 다녀 온 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인상은 어제 본 듯
선명하고 잘 잊혀지지 않는다.

내 눈엔 결코 깨끗하지 않은 겐지스강과 그 물에 몸을 담그는 순례자들.

담이나 길가에서 말리는 소똥과 그 옆에 빨아 넌 사리들.

마른 사리는 바람에 날려 소똥 위에 덮이기도 했다.

한강을 지날 때면 인도의 바라나시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한강은 겐지스강보다 더 넓고 깊고 아름답다.

주위를 에워 싼 북한산과 관악산의 위풍은 어떤가.

이 천혜의 재산을 바라나시처럼 외국인에게 팔 수는 없을까.

가령 행주산성 가까이에 가장 한국적인 것을 모아 놓는 것이다.

한국적인 것은 아주 많다.

그중에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며
얘기거리를 만드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무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속은 노래와 춤은 물론 의상의 색감과 악기 소리까지 사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외국관광객들에게 "통돼지를 삼지창에 꽂아 세우는 것이나, 작두 타기" 등을
보여주면서 점도 치고 부적도 받아가게 하면 어떨까.

자금성을 가진 중국인에겐 우리의 고궁이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에겐 백화점보다 이태원 거리나 남대문의 좌판이
흥미로울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언제나 옳다.

인간문화재인 무당 김금화씨는 외국 공연을 다녀 올 때마다 아쉬워 한다.

자신의 공연을 보고 한국 무속에 깊이 매료되는 외국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에 와서 무속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연수 프로그램이 있는
지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불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르치고 정들게 할 창구며
시설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베이징의 경극 극장에 갔을 때 도장 가게 앞에 줄을 선 서양 사람들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도장이 쓸데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토마스니 제임스니 하는 이름을
한자로 파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

그것은 우리의 산천과 이 땅의 삶에서 우러나온 민속의 모든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높은 자긍심이 관광자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