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경제번영과 경제정의실현 그리고 중산층
육성 등을 경제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곧 재벌개혁
대책회의를 가진 뒤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60년대 이래 고도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재벌이 해 온 역할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짧은 기간내에 빈곤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른바 "압축성장"을 이룩해
내는데 대기업이 일정한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순기능 못지 않게 부정적 기능이 있었던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소유의 집중이라든가 정경유착, 선단식 경영 등은 개발연대 시절엔 용인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경제의 효율적 운용에 짐이 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총체적 경제위기라고 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초래한
책임에 대해 재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IMF 체제하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먼저 나라경제의 기본 틀을 새로
짜기 위한 재벌개혁이 불가피하다.

재벌의 개혁은 시장경제를 부정하거나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인 소유제도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공정한 게임을 하기위해서는 탈법과 편법 i
그리고 전근대적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소유규모보다는 경영규모를 확대해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오너 중심의 선단식 확장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한 경영을 보장하고
또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 재무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업종전문화 추진과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 시장경제의 원칙에
투철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돈을 벌면 그 업종을 세계적 규모로 키우기 보다는
새로운 업종을 매수, 가급적 많은 분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라면에서 미사일까지"를 생산하는 전방위기업이 21세기에도 생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을 맞아
재벌기업들의 기존 관행이 개혁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재벌은 경영의 초점을 기업규모는 키우되 세계적 전문업체로
성장하는데 맞춰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