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체제 이후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간단한 메시지를 띄우는 것이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창이 뜰 때는
마치 "인공지능 로봇"이라도 만들어낸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때 사용했던 프로그램이 "델파이(Delphi)"였다.

델파이는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낯선 이름은 아니다.

PC환경이 도스에서 윈도로 바뀔 무렵인 95년 초에 발표됐던 델파이는
윈도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아주 쉽고 빠르게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았다.

속도가 빠르고 성능이 뛰어나 발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델파이는 80년대 초 이래로 컴파일러와 파스칼언어를 장악하고 있던
"볼랜드"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그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델파이에서 이스터 에그를 찾아보도록 하자.

델파이의 이스터 에그는 세 가지.

아주 간단한 것들이다.

먼저 델파이를 실행하고 "도움말(Help)"에서 "델파이 정보(About Delphi)"를
연다.

(사실 모든 델파이 이스터 에그는 이 "델파이 정보"에 들어있으니 버전 업이
되더라도 한번 찾아볼만하다)

정보 박스창이 뜨면 "Alt" 키를 누른 상태에서 "team"이라고 입력하자.

그러면 마지막 글자를 치자마자 "볼랜드의 천재들"과 베타테스터들의 명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태프의 이름들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Esc"키를 누르면 된다.

개발자 이름은 다른 곳에 숨어 있다.

11명의 우수한 두뇌의 델파이 개발자 이름은 "Alt" 키를 누른 상태에서
"developers"를 치면 나온다.

델파이 개발자 전원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델파이 이스터 에그의 하이라이트는 델파이의 수뇌인 미스터 헤지스버그.

"Alt" 키를 누른 상태에서 "and"를 쳐보자.

그러면 미스터 헤지스버그가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의 백미는 놓치기 쉬운 동영상을 찾는 것이다.

사진이 사라지기 바로 전에 미스터 헤지스버그가 윙크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

아직껏 컴퓨터라면 고개부터 가로젓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기계가 아는 것은 1과 0뿐이다.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도 그렇게 복잡한 것만은 아니다.

작은 버튼이라도 직접 제작해 보자.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 peter@zio.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