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감정과 기업가 정신 ..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후카가와 유키코 < 아오야마대 교수 >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의 처리문제가 한국경제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외국인을 포함한 시장의 관심은 1차적으로 이들 회사가 끌어안고 있는
거액의 부채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의 목적이 성숙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있다면 부채처리보다 중요한 것이 "경영책임"을 보여주는 방식일 것이다.
기업 오너들의 경영책임은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을 "공기"로 자리잡게 하는
기업관이나 기업가정신의 함양이라는 두가지 새로운 주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장 근대화된 경영조직을 갖췄다고 자타가 공인해왔던 삼성이 이같은
도전에 가장 먼저 봉착했다는 사실은 아마도 우연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시장이란 곳은 여유를 갖고 정치논리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곳이
못된다.
정부가 아무리 개입하려해도 결국 기업의 행동과 그 결과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자본의 생리를 알고 있다.
일본 대장성의 실정이 보여주고 있듯 어떤 정부도 시장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한국 정부가 오너경영자들에게 사재출연을 강요하면서 무소불위의 강권을
과시하려 든다면 두가지 불행스런 결과가 예상된다.
하나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오너경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질
기회를 빼앗게 된다.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임을 갖는 존재란 사실은
오늘날 세계 모든 국가에서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대기업 경영자는 직원 거래처 소비자 지역사회등 광의의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대기업의 눈을 정부쪽으로 향하게 한다.
결국 기업의 자연스런 발전에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는 사재출연을 둘러싼 논의가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을
확산시켜 자본주의 발전의 근원인 기업가정신에 상처를 줄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의 활력, 기업가정신은 사업을 벌이면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경영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그 책임이 사재에 까지 미친다면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재벌이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고통"을
초래한 이상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일과 국민감정을 납득시키는 두가지 사안은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받아 들여진다.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일한 길은 재벌 스스로의 개혁이다.
경영자들은 여론과 대화해야 한다.
거대한 가족경영의 체제에서 벗어나 공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근대기업의
체제로 옮겨가야 한다.
이는 성숙된 자본주의로 접어들기 위한 "세례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불행히도 그같은 세례의식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교과서적인
수순은 없다.
기업의 공기화 과정은 역사적인 것이며 결국 선진국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
일본의 예를 들면 전쟁수행을 위해 많은 재벌들이 주주의 권리를
제한받았었다.
기술에 총력을 쏟는다는 대명제앞에서 배당도 무시됐다.
경영자들의 자의적인 권한들이 부정된 것이다.
이때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전후에 두각을 보인 곳의 하나가 혼다자동차다
혼다는 굳이 사업을 다각화시키려 들지 않았다.
자신이 "기술자의 손"을 가졌다는 점에 무엇보다 긍지를 느꼈던 혼다
쇼이치로(혼다의 창업자)는 꿈을 추구하는 것만이 인간의 행복이라고 믿었다.
자식들에게도 요리사와 같이 자유로운 길을 선택하도록 했다.
대신 혼다의 경영은 창업자와 함께 기술에 대한 집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려졌다.
혼다는 일시적인 경영난을 겪었지만 결국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경영위기로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사장을 영입했던 마쓰다가 최근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또 닛산자동차는 프랑스인을 경영층으로 끌어들여 필사적인 개혁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직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사를 소생시켜
왔다.
마쓰다의 미국인 사장이 떠나면서 흘린 눈물이 서로간의 교감을 말해준다.
결국 기업은 공기로서 존재할 때 생존에 필요한 경이적인 유연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오너경영자들은 기업을 사회의 공기로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 정부는 기업을 신뢰하고 그 환경을 정비해 줄 수 있는가.
한국경제는 지금 성숙된 자본주의로 가는 능선인 신뢰형성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의 처리문제가 한국경제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외국인을 포함한 시장의 관심은 1차적으로 이들 회사가 끌어안고 있는
거액의 부채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의 목적이 성숙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있다면 부채처리보다 중요한 것이 "경영책임"을 보여주는 방식일 것이다.
기업 오너들의 경영책임은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을 "공기"로 자리잡게 하는
기업관이나 기업가정신의 함양이라는 두가지 새로운 주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장 근대화된 경영조직을 갖췄다고 자타가 공인해왔던 삼성이 이같은
도전에 가장 먼저 봉착했다는 사실은 아마도 우연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시장이란 곳은 여유를 갖고 정치논리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곳이
못된다.
정부가 아무리 개입하려해도 결국 기업의 행동과 그 결과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자본의 생리를 알고 있다.
일본 대장성의 실정이 보여주고 있듯 어떤 정부도 시장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한국 정부가 오너경영자들에게 사재출연을 강요하면서 무소불위의 강권을
과시하려 든다면 두가지 불행스런 결과가 예상된다.
하나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오너경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질
기회를 빼앗게 된다.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임을 갖는 존재란 사실은
오늘날 세계 모든 국가에서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대기업 경영자는 직원 거래처 소비자 지역사회등 광의의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대기업의 눈을 정부쪽으로 향하게 한다.
결국 기업의 자연스런 발전에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는 사재출연을 둘러싼 논의가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을
확산시켜 자본주의 발전의 근원인 기업가정신에 상처를 줄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의 활력, 기업가정신은 사업을 벌이면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경영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그 책임이 사재에 까지 미친다면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재벌이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고통"을
초래한 이상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일과 국민감정을 납득시키는 두가지 사안은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받아 들여진다.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일한 길은 재벌 스스로의 개혁이다.
경영자들은 여론과 대화해야 한다.
거대한 가족경영의 체제에서 벗어나 공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근대기업의
체제로 옮겨가야 한다.
이는 성숙된 자본주의로 접어들기 위한 "세례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불행히도 그같은 세례의식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교과서적인
수순은 없다.
기업의 공기화 과정은 역사적인 것이며 결국 선진국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
일본의 예를 들면 전쟁수행을 위해 많은 재벌들이 주주의 권리를
제한받았었다.
기술에 총력을 쏟는다는 대명제앞에서 배당도 무시됐다.
경영자들의 자의적인 권한들이 부정된 것이다.
이때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전후에 두각을 보인 곳의 하나가 혼다자동차다
혼다는 굳이 사업을 다각화시키려 들지 않았다.
자신이 "기술자의 손"을 가졌다는 점에 무엇보다 긍지를 느꼈던 혼다
쇼이치로(혼다의 창업자)는 꿈을 추구하는 것만이 인간의 행복이라고 믿었다.
자식들에게도 요리사와 같이 자유로운 길을 선택하도록 했다.
대신 혼다의 경영은 창업자와 함께 기술에 대한 집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려졌다.
혼다는 일시적인 경영난을 겪었지만 결국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경영위기로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사장을 영입했던 마쓰다가 최근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또 닛산자동차는 프랑스인을 경영층으로 끌어들여 필사적인 개혁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직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사를 소생시켜
왔다.
마쓰다의 미국인 사장이 떠나면서 흘린 눈물이 서로간의 교감을 말해준다.
결국 기업은 공기로서 존재할 때 생존에 필요한 경이적인 유연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오너경영자들은 기업을 사회의 공기로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 정부는 기업을 신뢰하고 그 환경을 정비해 줄 수 있는가.
한국경제는 지금 성숙된 자본주의로 가는 능선인 신뢰형성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