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조원에 이르는 대우관련 무보증 유가증권이 금융시장 불안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지난 12일 대우채를 제외한 유가증권에
대한 환매제한조치를 해제했다.

대우채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환매를 제한하되 보유기간에 따라 지급금액을
달리함으로써 조기 환매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대책에 대해 투신권에서는 환매사태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방침 천명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실적배당 상품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서울시립대 임주영 교수의 반대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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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업계 일각에서 주장되는 대우관련 채권에 대한 공적 자금의 투입은
우선 그 대상이 누구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자금투입의 대상이 대우라는 특정 재벌인지 아니면 투신업계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공적 자금의 투입은 억제돼야 마땅하다.

대우의 구조조정은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재벌 구조조정의 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대우가 선례가 되어 문제 재벌이 등장할 때마다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부담을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정부 재정은 GDP(국내총생산)의 5%에 달하는 방대한 적자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기업의 존망에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곤란하다.

만일 자금투입의 대상이 투신이라는 특정 금융산업이라면 문제의 양상은
달라진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금융산업의 부실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야말로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완수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일 것이다.

따라서 공적 자금의 투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자금의 투입은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이중삼중으로 가중시키는 결과만을 낳는다.

정교한 프로그램과 일관된 원칙을 가지지 못한 공적 자금 투입의 결과는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경우에서 잘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투신업계를 포함한 비은행 금융권 전체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우선
완성되고 이에 입각한 순차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채권시장은 투자자가 위험을 부담한 만큼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생리로
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특정기업 채권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은 금융논리에 위배되며
채권투자자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은 시장논리에 배치된다.

투신업계로서는 이번 사태를 투자대행자로서 그동안 얼마나 성실히 기능해
왔는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