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황 비오12세는 지난 1950년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통지문(회장)
을 전세계 가톨릭교회에 보냈다.

" ''창세기'' 편에 있는 창조에 관한 여러 장은 신의 영감을 받은 것이지만
전혀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도 읽혀지는 것을 듣는다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여졌다.

이 장들은 인류가 어떻게 해서 태어났는가가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씌여져
있으며 창조 때에 일어난 일을 엄밀히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가톨릭교도들은 이제까지 이루어진 여러 발견이나 그것을 바탕
으로 한 논의에 의해서 인간이 그 이전에 존재한 다른 생물로부터 발전되었다
는 것이 의심할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된 것처럼 이 문제를 취급하는 것은
신중하게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번 읽어서는 그 의미가 쉽게 와닳지 않지만 이 것은 가톨릭이 오랜동안
비판해왔던 진화론을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한 글이다.

다윈이 진화 이론을 정리한 책인 "종의 기원"이 1859년에 나왔으니까
91년만에 이뤄진 종교와 과학간의 "하나의 작은 화해"인 셈이다.

지난 6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을 찾아가 지동설
부정을 사죄했다.

지동설 발표후 4백56년만의 일이다.

이에 비하면 진화론은 보다 일찍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다윈도 그의 이론이 세상에 나오면 비난과 반대가 거셀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이론을 논문으로 정리해 놓고서도 20년간이나 출판을 망서렸다.

그런데 하루는 왈라스라는 친구가 진화에 관해 독자적으로 작성한 논문을
다윈에게 보내면서 솔직한 비평을 부탁했다.

다윈은 매우 놀랐다.

자신이 정리해둔 진화이론과 내용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할수없이 다윈은 공동명의로 학회에서 발표했으나, 친구인 왈라스는 이론의
공로는 다윈의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후 다윈은 죽을 때까지 대다수 사람들로부터 "인간이 원숭이의 후예냐"
고 조롱을 받았다.

진화론에 대한 거부가 지금도 남아있다.

미 캔사스주는 최근 진화론을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삭제키로 했다 한다.

이미 생물학 의학 등의 기반이 된 진화론을 부정해서 얻을 수 있는게 뭘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