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축협회장의 할복사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축협노조는 13일 농축협통합을 결사저지하기 위해 전국 조합원을 서울로
집결시키는 등 전면적인 시위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 회장의 할복사건에 구애되지 않고 통합작업을 예정대
로 추진한다는 강경입장이다.

12일밤 국회에서 할복했던 신 회장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긴급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10여일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병원측은 밝혔다.

<>축협 반발 = 3천여명의 축협조합원들은 13일 아침부터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조합원들은 전날 밤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밤샘 농성을 벌인 뒤 이날 오전
6시께 국회의사당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돌과 쇠파이프를 동원,
30여분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20여명이 다쳤으며 연좌농성중이던 200백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또 조합원 2천여명은 이날 오후 9시30분께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갖고 철야
농성을 벌였다.

노조원의 시위와 별도로 전국 조합장 1백93명은 이날 오전 8시30분 여의도
맨하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축협 통합법안의 강행처리가 결국
신 회장의 할복사태를 불렀다"며 "개악법안을 폐기하고 김영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범섭 축협중앙회 부회장도 오전 10시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농업협동조합법안은 협동조합의 기본이념과 민주주의, 시장
경제에 역행하는 악법"이라며 "법안 추진과정에서 행해진 축협에 대한 외압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축협은 앞으로 농축협 통합법안의 부당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축협은 14일부터 전사업장에서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 대응 = 정부와 여권은 신 회장의 할복사건과 관계없이 농축협 통합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농축협통합이 대표적인 개혁조치 중 하나인 만큼 상황이 어떻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특히 이익단체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개혁조치가 영향을 받는다면 다른 개혁
조치도 이익단체의 반발로 좌절되고 말 것이라며 강행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이번에 마련한 농축협 통합법은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축협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수정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축협의 파업으로 사료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전국
73개 일반 사료업체의 공장을 풀 가동해 사료를 공급토록 할 계획이다.

또 서울 가락동, 전남 나주, 경북 고령 등 전국 5개 축산물공판장의 파업
으로 육류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엔 태강산업(서울 독산동) 협신산업(경기
안양) 등 수도권의 4개 육류도매시장에 상장업무를 대체시킬 방침이다.

김제 육가공공장이 파업할 때는 개인이 운영하는 익산 부천축산물종합
처리장 등 인근 수출작업장을 활용키로 했다.

또 파업에 들어가는 유가공조합의 차량을 인근 민간 유가공업체에 배치해
우유를 모집하고 소집한 원유는 시판용 우유로 가공판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신구범 회장상태 = 출혈과다로 12일밤 위험한 고비를 맞았던 신 회장은
성모병원측의 봉합수술을 받은 후 회복되고 있다.

병원측은 신회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결행한 듯 자상이 깊다고 밝혔다.

김응국(53) 외과과장은 "신 회장의 수술경과가 좋아 혈압 맥박 체온 등이
정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신회장은 의식이 있고 말도 할 수는 있으나 상처가 깊어 부자연
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술 부위의 감염여부는 5~7일 정도 지나면 알 수 있으나 현재로
서는 큰 합병증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2~3일 뒤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지고 10~15일 정도 지나면 퇴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이 병원 4층 중환자실은 병원 경비원이
배치돼 외부인과 취재진의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된 채 가족과 측근들만
드나들며 밤샘간호를 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