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중앙회장의 자살기도를 초래할 정도로 농.축협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던 협동조합 통합법안이 결국 12일 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협동조합 개혁작업은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의 과정
못지않게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특히 신구범 중앙회장의 자살기도는 "통합법안 절대불가"를 선언하며 삭발과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던 축협측의 "저항"에 불을 붙인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축협 조합장들은 이날 밤 통합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한채 법안 철회를 위해 초강경투쟁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11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법안통과에 대비한 구체 투쟁
일정까지 확정한 상태.

조합장들은 우선 13일 오전 조합설립 인가서를 농축협 감사.감독기관인
농림부에 반납하고 중앙회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장 내일부터 3천3백여명에 달하는 노조원들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게 축협중앙회 노동조합 관계자의 얘기다.

신구범 축협 중앙회장도 최근 통합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하면서
"협동조합의 강제 통합은 위헌의 소지가 크므로 헌법재판소에 농업인
협동조합법의 위헌심판 청구를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축협측은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대리인을 통해 위헌심판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지난해 4월 시작돼 약 2백회에 걸친 토론회와 공청회 등 온갖 우여
곡절을 겪어온 협동조합 개혁작업은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후유증
을 남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7월 통합 중앙회가 출범하기 위해선 당장 구체적인 작업을 추진할
실무위원회를 구성, 가동해야하나 축협측에서 협조해줄지는 미지수이다.

또 실무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축협 조합장과 회원들의 조합 탈퇴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축협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전국 1천1백여개 축협 신용점포의 업무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이 전체 임직원의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축협과 거래하는 고객들은 한동안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농협측은 협동조합통합이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방 단위조합의
경영기반을 튼튼히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날 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하룻동안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국회에 나가 하루종일 법안심의 과정
을 지켜보던 농림부 고위 관계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신구범 회장의 자살기도라는 뜻밖의 사태에 접해 말을 아끼고 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