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정부정책 불신이 '환란'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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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베커 < 시카고대 교수 >
정치분석가들은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번 세운 정책을 일관성있게 유지할 때 정책의 효과와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가 갈수록 유동적이고 불확실해지면서 정부가 부득이하게
정책방향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년동안 아시아와 러시아 브라질경제를 위협했던 국제금융위기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이들 국가는 금융위기에 직면했을 당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자국통화
가치를 방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정작 이 국가들은 급변하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잦은 정책번복으로 정부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약속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국 자국통화가치 방어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브라질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브라질의 대부분 국내외 투자자들은 레알화 가치를 방어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과거 중앙은행과 정치인들이 환율정책에 대한 약속을 번번이 어겨왔기
때문이었다.
브라질의 투자자들은 97년 아시아 통화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레알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부의 방만한 연기금 운용등으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계속되면서
레알화 매도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따라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대규모 자금을 브라질에 지원,레알화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놓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은 IMF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정부가 근본적으로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레알화 매각을 계속했다.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게 중요한 순간에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같은 불신은 투자자의 레알화 매도공세를 더욱 자극, 레알화의 평가절하를
부추겼다.
브라질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했던 것도 투자자들의 레알화 매도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경제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언젠가 브라질정부가 약속을 깨고
환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인도네시아등 아시아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통화방어를 선언하고서도 결국 환율방어를 포기, 대규모 평가절하 사태를
초래했다.
최근들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등의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국제
투자자들은 아직도 이들 국가의 통화안정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개도국을 휩쓴 금융위기는 아르헨티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환율정책은 금융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브라질이나
아시아 국가에 적잖은 교훈은 남겼다.
아르헨티나는 페소화와 달러화 가치를 1대1로 고정시킨 고정환율제를 유지,
외환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고와 통화량을 연동시켜 놓아 외환보유고(달러)가
줄어들면 자동적으로 통화긴축으로 페소화를 흡수했다.
이는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외국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오게 하고 인플레압력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런 메커니즘은 브라질처럼 방만한 통화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을 막아 정책의 신뢰성을 높였다.
미국 달러화가 페소화와 함께 일반 상거래에서 폭넓게 통용돼온 것도
환율방어에 큰 도움이 됐다.
달러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페소나 달러화의 태환을
중지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외환시장참여자들이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여건으로 보아 정부가 언제까지나 달러와 페소의
태환을 허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로크 페르난데스 재무장관과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페소화를
완전히 포기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페소화를 없애고 미국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사용, 통화위기 가능성 자체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메넴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주요 교역상대국인 브라질에도 달러화와 레알화의
태환을 허용하고 궁극적으로는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하기까지는 정치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중남미국가 중에서는 이미 파나마 등 소규모 국가가 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했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거대 경제권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하는 순간 통화정책 운용권을 전적으로 미국에
넘겨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개도국의 금융위기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특히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정책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되새겨봐야 할 가르침이다.
< 정리=박영태 기자 pyt@ >
-----------------------------------------------------------------------
<>지난 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가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
정치분석가들은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번 세운 정책을 일관성있게 유지할 때 정책의 효과와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가 갈수록 유동적이고 불확실해지면서 정부가 부득이하게
정책방향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년동안 아시아와 러시아 브라질경제를 위협했던 국제금융위기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이들 국가는 금융위기에 직면했을 당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자국통화
가치를 방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정작 이 국가들은 급변하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잦은 정책번복으로 정부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약속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국 자국통화가치 방어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브라질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브라질의 대부분 국내외 투자자들은 레알화 가치를 방어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과거 중앙은행과 정치인들이 환율정책에 대한 약속을 번번이 어겨왔기
때문이었다.
브라질의 투자자들은 97년 아시아 통화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레알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부의 방만한 연기금 운용등으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계속되면서
레알화 매도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따라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대규모 자금을 브라질에 지원,레알화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놓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은 IMF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정부가 근본적으로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레알화 매각을 계속했다.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게 중요한 순간에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같은 불신은 투자자의 레알화 매도공세를 더욱 자극, 레알화의 평가절하를
부추겼다.
브라질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했던 것도 투자자들의 레알화 매도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경제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언젠가 브라질정부가 약속을 깨고
환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인도네시아등 아시아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통화방어를 선언하고서도 결국 환율방어를 포기, 대규모 평가절하 사태를
초래했다.
최근들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등의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국제
투자자들은 아직도 이들 국가의 통화안정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개도국을 휩쓴 금융위기는 아르헨티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환율정책은 금융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브라질이나
아시아 국가에 적잖은 교훈은 남겼다.
아르헨티나는 페소화와 달러화 가치를 1대1로 고정시킨 고정환율제를 유지,
외환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고와 통화량을 연동시켜 놓아 외환보유고(달러)가
줄어들면 자동적으로 통화긴축으로 페소화를 흡수했다.
이는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외국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오게 하고 인플레압력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런 메커니즘은 브라질처럼 방만한 통화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을 막아 정책의 신뢰성을 높였다.
미국 달러화가 페소화와 함께 일반 상거래에서 폭넓게 통용돼온 것도
환율방어에 큰 도움이 됐다.
달러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페소나 달러화의 태환을
중지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외환시장참여자들이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여건으로 보아 정부가 언제까지나 달러와 페소의
태환을 허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로크 페르난데스 재무장관과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페소화를
완전히 포기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페소화를 없애고 미국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사용, 통화위기 가능성 자체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메넴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주요 교역상대국인 브라질에도 달러화와 레알화의
태환을 허용하고 궁극적으로는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하기까지는 정치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중남미국가 중에서는 이미 파나마 등 소규모 국가가 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했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거대 경제권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달러를 공식통화로 채택하는 순간 통화정책 운용권을 전적으로 미국에
넘겨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개도국의 금융위기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특히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정책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되새겨봐야 할 가르침이다.
< 정리=박영태 기자 py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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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가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