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의 탈옥역정은 2년 이상 세인에게 스릴과 궁금증을 주면서 숱한 화제
를 낳았다.

경찰은 그가 범죄자이니까 당연한 체포대상이었겠지만 PC통신을 보면 그가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사거리를 제공해 주기를 원했던 젊은이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신창원이 체포되고 그의 일기가 공개됐다.

별로 독서를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흥미진진한(?) 탈옥 스토리를 읽을 수
있었다.

언론은 공짜로 베스트셀러감을 전재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가판실적도
꽤 올랐을 것이다.

월간지 주간지들은 아직도 그의 일기를 베끼는 모양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저작권에 관한 것이다.

신창원은 분명 범법자지만 그 일기는 창작물 이다.

저작권 전문가는 "탈옥수도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신창원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또 일기내용을 임의로 수정해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보도와 저작물을 흥미위주로 임의 편집한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경찰의 조 서를 인용했다면 모르지만,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범법자의
지적재산은 함부로 베껴 써도 좋다고 생각한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범법행위다.

가뜩이나 창작물의 소재가 궁핍한 현실에서 만일 외국 영화사가 신창원의
일기를 근거로 신나는 탈주영화를 만들어 한국에 팔러왔다면 뭐라고
항변하겠는가.

"경찰이 보여주길래 베꼈다"고 변명하기엔 아무래도 궁색하다.

우리는 과거에 외국 유명디자인을 요리조리 변형한 상품들을 수출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장사했다가는 세계시장에서 망신은 물론이고
사업 자체를 꾸려가기 어렵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후원해야 할 언론지성의 저작권 의식이
이처럼 무디니 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디어 좀 얻읍시다" 이런 식으로 창의력을 경시하는 경영마인드가
팽배해 있다.

거저 얻는 아이디어로 얼마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물론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그 자체가 정책이나 상품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순간의 감동으로 끝날 뿐이다.

다듬고 보태고 칼질해 가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벽한 저작물이 된다.

아이디어는 귀한 "자산"이다.

저작권은 더 소중한 "재산"이다.

탈옥수건 짐승이건 자산과 재산까지 침해하는 건 아무래도 21세기형 창의적
접근법이 아닌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