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아는 사람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좋은 수비수는 만들어 지지만 좋은 타자는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홈런왕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은 타자의 자질을 타고
났다고 해야 옳다.

그러나 그의 야구인생을 보면 아무래도 "만들어진 대타자"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승엽은 어린이와 학생들 사이에서 "스나이더(저격수)"나 "라이온 킹"
으로 통한다.

미 영화사 월트디즈니사가 만든 화재작이 라이온 킹인데 그를 이같이
부르는 것은 소속팀 이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스나이더는 찬스가 오면 홈런을 날려 투수킬러란 의미에서 붙여준 것같다.

그러나 그의 어릴적 별명은 "똥고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 동네 리틀야구대회에서 멀리던지기로 1등을 한 것이
계기가 돼 학교 야구부 감독의 눈에 들게됐다.

하지만 아버지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말렸다.

승엽은 한달이 넘게 끈질기게 졸라 마침내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고교졸업 때까지 투수로 자랐고,전국대회에서 우수상도 받았다.

왼손잡이에다가 시속 1백40km를 넘는 강속구는 대학 프로 할것없이 그를
탐내게 했다.

그런 승엽이 프로에 입단 뒤 타자로 변신할 것을 요구받는다.

고교시절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지만 이를 무시하고 던진것이 부상을 키웠던
것이다.

투수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코치와 감독 몰래 공던지는 연습도 했다.

그러나 승엽은 타자로 출전해야 했고 첫해 타율 2할8푼5리에 홈런 13개,
다음해는 타율 3할3리에 홈런 9개를 쳤다.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힘을모아 폴로스루를 하는 타격자세를 굳힌
후부터 홈런포가 더욱 작열하기 시작했다.

97년 32개, 지난해 38개에 이어 금년에는 지난 3일 43호를 날려 한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그가 올해에 친 홈런수는 경기당 0.43개로 미국의 소사(0.39개)나 일본의
로즈(0.38개)보다 앞서 여러가지 신기록 작성이 기대된다.

그리고 그의 홈런은 관중을 모으고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탈바꿈하는데는 엄청난 고통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앞으로 졸속한 작전이나 비겁한 투구가 변신에 성공한 젊은 스타의 ''멋진
아치''를 막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야구가 제맛을 잃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