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수원대 교수가 한국 대기업그룹의 역사와 공과를 살핀 "한국재벌의
형성사"(비봉출판사)를 펴냈다.

이씨는 일제시대 민족기업으로 성장한 삼양그룹과 화신그룹을 국내 재벌의
맹아로 본다.

현대적 의미의 재벌이 출현한 것은 50년대.

적산기업 불하와 무역업 활성화, 원조물자 제공, 수입대체산업 중심의
공업화를 토대로 태창 삼성 삼호 개풍 동양그룹 등이 성장했다.

60~70년대에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중화학공업 육성, 월남.중동 특수에
힘입어 LG 현대 쌍용 대우 효성 국제 두산그룹 등이 생겼다.

80년대에는 이른바 "빅4"그룹이 형성됐고 동아 한일 동부 기아 등이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제 명성은 해체의 비운을 맞았다.

그는 IMF관리체제 이전의 90년대를 한국적 재벌시대의 완성기로 파악했다.

대기업들이 금융 유통 정보통신 광고 미디어산업에 속속 진출한 가운데
파생재벌도 줄줄이 탄생했다.

그러나 97년 이후 한국재벌은 잇따라 부도의 늪에 빠졌다.

그는 이때를 분수령으로 해 국내 재벌의 확장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슬림화
시대가 열렸다고 풀이했다.

그는 재벌이 기술발전과 경영 근대화로 자원배분을 효율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고용과 후생확대를 도모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천년간 상공업 천시사상에 물들어 있던 한민족의 마인드를 자본주의
정신으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방 후 잉태된 정경유착 풍토가 경제파행을 불러왔으며 준조세
성격의 정치자금과 과잉 중복투자, 부의 편법상속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지적됐다.

그는 "IMF체제로 인해 재벌의 성장패턴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백화점식 경영에 대한 총체적 수술이 불가피하고 재벌간의 계층화가 확대될
것이며 재벌의 국제화와 다국적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