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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머니] 급등락증시 개인투자자 '4대 불치병'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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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개포동 현대즈우건 사옥 3층에 자리잡은 ''투자 클리닉센터''.

    주가가 폭등 폭락을 거듭한 지난주 이 클리닉센터는 상담을 기자리는 ''환자''
    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붐볐다.

    수백명이 줄지어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환자는 물론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봤거나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한
    개인투자자들.

    의사는 현대증권의 투자전문가들이다.

    이 ''주식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주가지수는 많이 올랐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증권투자의 ''질병''을 치료해주는 이 곳은 지난달 19일 문을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5개의 진료실 앞에는 늘 대기 환자들이 북적
    거린다.

    집단치료실에도 빈 자리가 없다.

    특히 주가가 폭등락한 지난 주에는 예약환자만 6백명이 밀려들었다.

    환자들의 병력도 다양하다.

    10년을 투자했는데도 잃기만 했다는 만성환자부터 전재산을 털어넣었는데
    돈이 줄어들어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는 응급환자까지 천태만상이다.

    "속으로만 끙끙 앓는 환자들이 예상외로 많아요. 아예 골병이 든 투자자도
    있고요"

    병원장인 김지민 현대증권 선물금융공학팀장은 생각보다 깊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주가가 폭락한 뒤 급등한 지난달 29일 전문의중 한명인 하용현 선물금융공학
    팀 과장의 진료실로 40대 남자가 들어섰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라는 하 과장의 질문에"저는 왜 돈을 못 버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작년 12월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대우전자 주식 1천만원 어치를 주당 7천1백원에 샀다.

    증시가 한창 뜨고 있는 상황이었고 대우전자도 연일 상승세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주식을 사고난 뒤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손해를 볼 수 없어 그냥 쥐고 있은 지가 8개월째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달말 다시 1천만원을 만들어 다른 종목을 샀다.

    SK텔레콤과 삼성전기였다.

    SK텔레콤은 1백65만원에, 삼성전기는 3만6천2백원에 매수했다.

    SK텔레콤은 1백70만원을 넘어서 잘나가는가 싶더니 주저앉기 시작해
    1백30만원대로 밀렸다.

    29일 1백60만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조금만 더 가면 수수료는 나온다"는
    생각에 못 팔고 있다.

    반면 삼성전기는 4만2천원에 팔았다.

    그나마 위안이 됐다.

    이익금을 합해 현대건설 금강개발 등으로 옮겨탔지만 별 재미는 못봤다.

    아직 전체 투자원금을 회수하려면 멀고도 멀었다.

    하 과장의 처방은 명료했다.

    "물려 있는 것을 당장 팔 것"과 "앞으로 오르는 종목은 팔지 말 것"이었다.

    잠겨 있는 돈은 이미 남의 돈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빨리 꺼내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게 정도라고 충고했다.

    대신 앞으로 사는 종목이 오르면 절대 팔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는데 조금 올랐다고 팔아버리면 손해를 자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삼성전기는 계속 오름세를 타서 지난달 29일 현재 6만4천원을
    넘었는데 조급증 때문에 크게 벌 수 있는 돈을 놓쳤다는 얘기다.

    하 과장은 처방전에 "손절매할 것" "한곳에 돈을 몰아넣지 말 것" "오르는
    종목은 팔지 말 것"이라고 적었다.

    현대 투자클리닉 전문의들은 지난주 치료받은 3백여명의 환자들이 앓고 있는
    병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다.

    가장 보편적인 실패요인은 "원금 집착증"이다.

    투자했던 종목이 일정수준 이상 빠지면 과감히 던져야하는데 마냥 붙잡고
    있는 증세다.

    그냥 팔자니 잃은 돈이 아까워 "적어도 원금이 될 때까지"를 되뇐다는 것.

    "꾹 참고 기다리면 원금까지 돌아오긴 하지요. 하지만 그게 3년이 걸릴지
    4년이 걸릴지 어떻게 압니까"

    김 원장은 투자할 때 어느 정도 떨어지면 팔겠다는 목표를 세우라고
    충고한다.

    손실규모를 최소화하는 냉정함을 가지라는 의미다.

    손절매를 두려워해서는 절대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개인투자자들을 괴롭히는 또다른 병은 "한탕 선호증".

    한 종목에 돈을 몽땅 쓸어넣는 것으로 흔히 "몰빵친다"고 말한다.

    하 과장을 찾아온 환자중엔 한 종목에 1억원을 넣었다가 3일만에 2천5백만원
    을 잃은 투자자도 있었다.

    그동안 틈틈이 벌었던 것을 한꺼번에 털어넣은 것이다.

    조금씩 먹고 한꺼번에 잃은 전형적인 실패 케이스다.

    크게 한탕하겠다는 과욕의 산물이다.

    하 과장은 "아무리 적은 액수로 투자하더라도 5종목 이상 분산투자하는 게
    필요해요. 손실을 분산시키면 결국 이익이 극대화되거든요"

    "이것은 꼭 오른다"는 신념 아래 투자하는 "자기도취증"도 악성 질병중
    하나다.

    막연한 풍문이나 "자신만의 신념"에 근거하는 게 대부분이다.

    클리닉센터를 찾은 김형미(38.서울 대치동)씨는 "저점이라고 생각해서 사면
    더 떨어지고 고점이라고 여겨져 팔면 계속 올라가는 통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또 박형철(51.서울 북가좌동)씨는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중 그럴듯한 것을
    믿고 투자했다가 번번이 실패하지만 정보가 차단돼 결국 루머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김 원장은 "저점과 고점은 그래프가 반대로 움직일 때 확인되는 것이지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을 확인한 뒤 흐름을 타야지 막연하게 "이렇다더라" 혹은 "이럴 것이다"
    라는 말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처방했다.

    자기도취증이 도지면 "과도집착증"이라는 고질병으로 악화된다.

    투자한 종목의 값이 내려가면 돈을 더 얹는 것.

    소위 "물타기"라고도 불린다.

    꼭 오를 것이라는 자신만의 믿음이 투자의 근거다.

    "주가가 오를지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스스로 오를 것이라는 최면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은 중증이지요"

    김 원장은 막연한 예측은 금물중의 금물이라고 말한다.

    현대 클리닉센터에서 강조하는 처방은 한 가지다.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팔라는 것.

    오르는 종목을 골라낸 뒤 여기에 투자하라는 얘기다.

    대신 샀는데 떨어지면 과감하게 팔라고 충고한다.

    손절매야말로 명약중의 명약이라는 의미다.

    "투자의 요령은 추세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물살을 거슬러 움직이는 배는
    결코 멀리 가지 못합니다"

    하 과장은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흐름을 거꾸로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병을 고치지 않는 한 주식투자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4대 질병및 처방 ]

    <> 원금 집착증

    - 증상 : 본전이 될때까지 무조건 기다림
    - 처방 : 일정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손절매

    <> 한탕 선호증

    - 증상 : 돈을 한종목에 몽땅 쓸어 넣음
    - 처방 : 최소 5종목에 분산 투자

    <> 자기 도취증

    - 증상 : 막연히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자
    - 오를때 사고 떨어지면 판다

    <> 과도 집착증

    - 증상 : 보유종목 하락때마다 추가 매수
    - 처방 : 추세매매및 손절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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