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정보를 걸러내고 유리한 정보를 강조하려는 바램은 잘못된 여론조사
를 통해 여론을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특히 편의표본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용한 수단이다.

이름 있는 여론조사기관이 수행하는 다단계 무작위표집이라도 그 수행과정
에서 의도적인 조작을 하면 원하는 대로 여론조사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더욱이 그 결과가 통계적으로 조작되고 여과되어 소수점이 붙은 평균치로
발표할 때쯤이면 원하는 결과가 완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94년 말 정부는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출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그러자 현대 대우 기아 등 기존의 자동차 회사는 이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하여 서명운동 항의시위 언론을 통한 광고 등을 공동으로 전개했다.

여론을 업으려는 기존의 회사들은 삼성의 승용차 진출이 한국자동차의
국제경쟁력을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했고 삼성측은 소비자에게 큰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신문기사의 일부를 보자.

"자동차 전쟁, 기존6사 공조, 삼성저지 총공세 : 기존 자동차업계와 삼성의
대결구조는 여론형성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존업계나 삼성은 각각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결과를 얻으려고 여론조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후문이다."

여론을 조사하려고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고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 여론조사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여론조사에서 어떻게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대표성 있는 다단계 층화 무작위표집을 사용했더라도 구체적인 조사수행과정
에서 많은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무응답자의 처리라든가 질문을 만들고 답안을 짜는 것 자체에도
원하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의도가 끼어 들 수 있다.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대상에게 동일한 내용을 놓고 실시한 조사결과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있다.

<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