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 추정 올 경제성장률 3.5%이상, 인플레이션율
2.5%이하, 현재 실업률 4.3%.

91년 3월부터 시작돼 1백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특징은 고성장
저실업률 저인플레이션율로 요약된다.

전통 경제이론에서 보면 다분히 이단적인 조합이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경제분석가들은 미국 경제가 전통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행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론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경기변동(business cycle)은 종말을 고하고 미국 경제가
중단없는 성장이 가능하게 됐다고까지 말한다.

반면 보수적 학계와 전통의 경제평론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주장에
회의적이다.

<> 상식의 역전 =경기호황이 계속되면 일반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높은 설비
가동률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이는 노동에 대한 초과수요를 발생시켜 생산활동에서 고용비용을 상승시키고
결국 전반적인 생산비용의 인상을 가져온다.

전형적인 임금주도(wage-driven) 인플레이션은 이렇게 시작된다.

FRB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지금까지 실업률 6.2%이하, 산업의 설비가동률
81~82%에 이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세기 마지막 호황기 미국의 실업률은 5%미만에서 안정돼 왔고 평균
83% 이상의 설비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비농업부문의 평균 고용비용은 해마다 2~3% 증가에 그치고 있다.

임금과 수당 후생비 등을 포함한 고용비용상승률이 과거 호황 말기에 5%를
넘었던 관례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 생산성 향상 =신경제론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정보화가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고 인플레이션을 차단함으로써 경기호황 뒤에 불황이 따르는 경기변동
이 사라졌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생산성의 급상승은 이 이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최근 발표된 올 상반기 미국의 생산성 수치는 신경제론의 강력한 원군이
됐다.

미국 경제의 비농업부문 생산성이 작년 하반기 3.4% 성장에 이어 올 상반기
에도 3.5% 상승한 것이다.

신경제론자들은 미국경제가 기술주도(technology-driven)의 패러다임으로
완전 이행했다고 말한다.

정보기술에 의해 생산성은 끊임없이 향상되는데 반해 임금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컴퓨터와 통신장비의 꾸준한 가격하락으로 상쇄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은 이제 전체 성장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미국경제는 "하이테크 사이클"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신경제의 그늘 =신경제는 글로벌화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거점에서의 생산과 판매,세계 각지로부터 저렴한 부품과 인력의 조달,
즉 글로벌 아웃소싱이 그 비결이다.

미국 경제가 80년대 말 이후 세계적인 디플레 위기를 차단했다는 찬사와
여타 지역의 경제적 고통을 자양분으로 고성장의 열매를 향유한다는 비판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기호황이 노동자들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한번에 몇 만명씩 목을 치는 미국식 구조조정은 임금인상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집착하도록 노동자들은 순치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노동부 통계는 실직후 새롭게 직장을 구한 미국인들의 실질임금이
14% 정도 줄었음을 보여준다.

약2천만명에 이르는 파트다임 근로자의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18%를
차지한다.

15%에 불과한 노동조합 비율도 노동자들의 불안한 지위를 대변한다.

미국의 빈곤인구는 3천5백만명에 육박해 전체 인구의 13.3%를 차지한다.

18세 미만 인구중 빈곤층 비율은 20%로서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다.

저축률이 계속 감소하는 점, 가구당 부채비율이 증가해 파산자가 속출한다는
점, 빈부격차의 확대로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 된다는 점 모두가 민간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수요구조를 불안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들이다.

<> 경기변동은 사라질 수 있는가=경제학자 짜르노비츠는 경기변동에 관해
흥미로운 연구를 한 바 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비즈니스 사이클의 확장국면은 평균적으로 그 길이가
길어지는 반면 경기의 침체국면은 짧아진다는 것이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의 실책이 줄고 기업의 수요
예측이 정확해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장기호황도 이런 추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는 수요 기술 생산성 미래가격 등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기대에 의존한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이 비이성적인 풍족감을 느껴 지출을 과도히 늘리거나
근거없는 비관에 싸여 비정상적으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금융부문의 비대화와 세계화된 자본이동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정보의 한계로 자생적인 시장질서를 차선책으로 받아들일 뿐 본질적인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지적한 것은 하이에크였다.

FRB는 끊임없이 시장에 경고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어차피 내려올 산이라면 조심히 다치지 않고 내려오길 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