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이버] 클릭 : (컴 시네마) '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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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인간들의 궁극적인 소망이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자 사람들은 내세를 믿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대 중국의 거대한 왕릉이나 이집트 피라미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왕이 무덤속에서 다음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그의 몸이 썩지 않도록 미라로
만들고 그가 쓰던 물건들과 주위 사람들을 함께 매장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평안한 내세생활을 즐기고 있어야 할 미라가 어느날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천년전의 무시무시한 미라가 영화 "미이라"에서 부활했다.
부활된 미라는 왕도 아니었고 형벌에 의해 산채로 미라가 된 경우다.
다른 왕들처럼 기분 좋은 내세생활을 즐기지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억겁의 시간을 오로지 못이룬 사랑을 위해 기다려온 미라 "이모텝".
사람을 흡수해 자신의 몸으로 만들고 모래로 변해 날아다니며 입에서는
수만마리의 벌레들을 내뱉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그는 인간들을 제압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앙크수나문"의 부활에 한발자국씩 다가가는데...
이모텝의 도시에는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설치돼 있다.
벽을 허물자 강산이 뿜어져 나오고 여기저기에 주문들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에는 살인 바퀴벌레들이 득실득실하다.
이 벌레들은 이모텝의 형벌에도 쓰여졌던 것으로 죄인과 함께 관속에 넣어져
몸을 아주 천천히 썩게 만들어 처참한 고통속에서 괴로워하게 만든 무서운
녀석들이다.
이모텝의 부활을 막기 위해 감시군단의 대장이자 이집트 왕의 후손으로
설정된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무더운 사막에서 두꺼워 보이는 검은 옷을 껴입고 인상을 쓰며 등장한 그는
적어도 "미라 사냥 전문가" 정도는 되는 듯하다.
그러나 결국 뭔가 큰 일을 할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처음부터
끝까지 무게만 잡다가 별로 한 일도 없이 떠나간다.
싸우면서 미라들을 몸으로 막으며 폭사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마지막 부분에
상처하나 없이 살아서 나타나는 불사신의 기질도 지녔다.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줄 으스스한 공포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안됐지만 이 영화는 미라에서 오는 공포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긴장되는 순간에도 엉뚱한 유머를 넣음으로써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게
했다.
이모텝은 등장할 때의 무시무시한 괴물같은 모습과 달리 점차 인간으로
변해서인지 갈수록 약한 모습을 보인다.
더구나 결국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주인공 3명에게 휘둘려 3천년만에
돌아온 세상에서의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의 최고 볼거리는 역시 특수효과다.
모래가 흩날리며 빚어내는 온갖 환상적인 형상들은 영화내용의 허실을 떠나
"미이라"를 볼만한 영화로 만든다.
특히 날아가는 비행기를 사람얼굴 형상의 모래바람이 덮치는 장면은
극적이다.
사막에서 고대전설의 도시 "하무납트라"의 웅장한 모습이 일출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내용은 엉성하지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효과로 적잖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영화 "미이라"는 "매트릭스" "스타워즈" "용가리" 등 특수효과를 주무기로
한 영화들의 강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들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종합예술이라는 영화가
컴퓨터기술의 측면으로만 편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
<> 이헌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화동아리 은막 회장(전산과 2년)
<>next98@kaist.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자 사람들은 내세를 믿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대 중국의 거대한 왕릉이나 이집트 피라미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왕이 무덤속에서 다음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그의 몸이 썩지 않도록 미라로
만들고 그가 쓰던 물건들과 주위 사람들을 함께 매장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평안한 내세생활을 즐기고 있어야 할 미라가 어느날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천년전의 무시무시한 미라가 영화 "미이라"에서 부활했다.
부활된 미라는 왕도 아니었고 형벌에 의해 산채로 미라가 된 경우다.
다른 왕들처럼 기분 좋은 내세생활을 즐기지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억겁의 시간을 오로지 못이룬 사랑을 위해 기다려온 미라 "이모텝".
사람을 흡수해 자신의 몸으로 만들고 모래로 변해 날아다니며 입에서는
수만마리의 벌레들을 내뱉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그는 인간들을 제압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앙크수나문"의 부활에 한발자국씩 다가가는데...
이모텝의 도시에는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설치돼 있다.
벽을 허물자 강산이 뿜어져 나오고 여기저기에 주문들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에는 살인 바퀴벌레들이 득실득실하다.
이 벌레들은 이모텝의 형벌에도 쓰여졌던 것으로 죄인과 함께 관속에 넣어져
몸을 아주 천천히 썩게 만들어 처참한 고통속에서 괴로워하게 만든 무서운
녀석들이다.
이모텝의 부활을 막기 위해 감시군단의 대장이자 이집트 왕의 후손으로
설정된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무더운 사막에서 두꺼워 보이는 검은 옷을 껴입고 인상을 쓰며 등장한 그는
적어도 "미라 사냥 전문가" 정도는 되는 듯하다.
그러나 결국 뭔가 큰 일을 할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처음부터
끝까지 무게만 잡다가 별로 한 일도 없이 떠나간다.
싸우면서 미라들을 몸으로 막으며 폭사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마지막 부분에
상처하나 없이 살아서 나타나는 불사신의 기질도 지녔다.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줄 으스스한 공포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안됐지만 이 영화는 미라에서 오는 공포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긴장되는 순간에도 엉뚱한 유머를 넣음으로써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 있게
했다.
이모텝은 등장할 때의 무시무시한 괴물같은 모습과 달리 점차 인간으로
변해서인지 갈수록 약한 모습을 보인다.
더구나 결국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주인공 3명에게 휘둘려 3천년만에
돌아온 세상에서의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의 최고 볼거리는 역시 특수효과다.
모래가 흩날리며 빚어내는 온갖 환상적인 형상들은 영화내용의 허실을 떠나
"미이라"를 볼만한 영화로 만든다.
특히 날아가는 비행기를 사람얼굴 형상의 모래바람이 덮치는 장면은
극적이다.
사막에서 고대전설의 도시 "하무납트라"의 웅장한 모습이 일출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내용은 엉성하지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효과로 적잖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영화 "미이라"는 "매트릭스" "스타워즈" "용가리" 등 특수효과를 주무기로
한 영화들의 강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들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종합예술이라는 영화가
컴퓨터기술의 측면으로만 편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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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화동아리 은막 회장(전산과 2년)
<>next98@kaist.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