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일 값이 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수박 참외의 도매가격은 작년 이맘때의 절반에 불과하다.

포도 역시 40%쯤 싸게 거래된다.

특히 성출하기인 7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값이 크게 떨어졌다.

비가 적고 일조량이 많아 생산량이 대폭 늘었지만 소비회복은 농민들의
기대만큼 뒤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일값이 떨어지자 경쟁관계에 있는 빙과, 아이스크림 판매가 부진해
관련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과일을 값싸게 사먹으려는 소비심리가 빙과수요를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는 탓이라는게 업체 관계자들의 실토다.

지난 21일이후 서울 가락시장에선 8kg 짜리 수박 상품이 평균 4천7백80원에
경매됐다.

작년 7월 하순 평균경락가격(1만3백75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작년 7월 하순 2만8천2백50원에 경매됐던 참외 15kg짜리 상자는 요즘
1만5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캠벨얼리종의 하우스 포도 경락가격은 작년 이맘때는 5만원에 달했으나
요즘엔 3만6천6백원선에 머물고 있다.

소매가격도 40% 가량 떨어졌다.

농산물할인점인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선 작년 이맘때 8천원이나 9천원을
받았던 수박 8kg짜리 1통을 5천원 안팎에서 팔고 있다.

지난해에는 구경하기도 어려웠던 15kg이상의 초대형 수박은 1만원이면 살수
있다.

41~50개 들이 참외 15kg 한 상자 소매가격은 작년 이맘때는 2만7천원에
달했으나 요즘엔 1만6천원대에 머물고 있다.

포도 5kg 짜리도 3만4백40원에서 1만9천9백80원으로 떨어졌다.

여름과일 값이 싼 것은 예년에 비해 출하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박의 경우 백화점 할인행사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전국적으로 작황이
좋아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수박 가격의 약세는 다른 여름과일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초순 높은 가격대에서 출발했던 하우스포도는 노지포도 본격출하를
앞두고 값이 뚝 떨어졌다.

여름과일이 싸게 팔리면서 식음료시장에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빙과류와 음료수 판매가 부진해 관련업체들이 놀라고 있는
것.

한 제과업체의 경우 승용차 컴퓨터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는데도 이달 들어 빙과류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 줄었다.

농협하나로클럽 창동점 과일팀의 노정석 과장은 "지난해와는 반대로 장마철
에 비가 적고 일조량이 많아 수박 포도 복숭아 등 여름과일 작황이 좋다"면서
"특별한 요인이 생기지 않는한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